추수하는 선교

[ 땅끝에서온편지 ] 땅끝에서온편지

박영주 선교사
2013년 06월 13일(목) 14:10

필자가 거둔 선교의 첫 열매요 우리 선교훈련학교 최초의 선교사인 나다 세루(Naca Seru)는 피지인으로서 솔로몬 제도로 파송된 우리 학교 졸업생이다. 졸업 후 1년 동안 솔로몬에서 인턴십을 하고 돌아와 공식 선교사로 파송되는 예배에서 했던 그의 고백을 잊을 수가 없다. "저는 여러 선교사 교수님들의 피땀 어린 수고의 열매입니다. 저도 선교사님들의 발자취를 따라 주의 복음을 위해 썩어지는 한 알의 밀알이 되겠습니다. 선교 사역이 얼마나 힘든 사역인지 지난 1년 간 맛보았기에 죽으면 죽으리라 고백하며 선교지로 갑니다. 그래서 저의 선교사 파송식이 마치 저의 장례식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큰 사명을 감당하기에는 제가 너무 약하다는 것도 잘 알지만 하나님은 저를 통해 뭔가를 하시려고 한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그 때 필자는 선교사로서 열매를 보면서 선교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실감하며 한없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었다. 필자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의 나이는 23세의 청년으로 남태평양선교훈련원 학생이었다. 학업 성적은 중간 정도였지만 오후 공동 작업할 때 매우 부지런하고 성실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동료 학생들과 함께 있을 때는 분위기 메이커였고 피지 민속 춤 솜씨가 뛰어나기도 했다. 매주 수요일 예배가 끝나고 짝을 지어 기도하는 시간에 나는 그를 지명해 함께 기도하자고 했다. 기도하기 전에 잠깐 서로 기도제목을 나누는 중에 내가 물었다. “이 학교에 들어온 동기가 무엇이며 졸업하고 너의 비전은 무엇이냐?" 그는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 할머니 손에 자라면서 마약 딜러로 목표 없이 방황하는 인생을 살다가 주님을 만나 교회학교 교사까지 하고 있는데 성경지식이 너무 부족함을 느끼던 중 마침 우리 학교 소개를 받아 입학했고, 성경을 열심히 공부해 주님께 쓰임 받는 좋은 교회학교 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그를 향한 주님의 계획은 따로 있었다. 마치 베드로가 처음 예수님을 만나기 전 갈릴리만 알다가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사도가 된 것처럼 주님에 대한 사랑과 잃은 영혼들에 대한 열정으로 세계를 품고 기도하는 선교사가 되었고, 이제는 선교사 16년차로 솔로몬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중견 선교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사실 세루 선교사가 선교지로 파송되던 해인 1998년에 솔로몬에는 내전이 일어나 2003년까지 계속되었다. 폭력과 총성이 그치지 않은 그 나라에서 위험한 순간들을 여러 번 넘기면서도 중도 포기하지 않고 선교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주님의 특별한 은혜였다. 반란군의 혐의를 받아 계엄군에게 붙잡혀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반군은 말라이타 섬 출신들이 중심이 되었는데 세루가 신앙적으로 양육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 섬 출신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님의 은혜로 조사 경찰관들 중에 세루를 선교사로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서 무사히 풀려날 수 있었다고 했다. 세루는 초기 교통수단이 열악한 내륙 깊숙한 산간마을을 몇 달씩 걷고 걸으며 복음을 전했고, 불우 청소년 사역, 교도소 선교와 출소자들의 갱생을 돕는 사역을 하였고, 지금은 솔로몬 내전 후유증으로 인한 심각한 부족 갈등을 치유하는 중재와 화해 사역을 하고 있으며, 청소년 축구(풋살) 국가대표팀을 맡아 스포츠 선교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세루 선교사의 영향을 받아 매년 솔로몬국에서 우리 남태평양 선교 훈련학교로 유학을 오는 청년들이 많다. 한 알의 밀알을 백배로 결실케 하시는 주님께 영광을 돌린다.

본교단 파송 피지 박영주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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