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름 받은 사람들을 위한 교회 건축으로

[ 교계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3년 06월 07일(금) 14:54

문화목회간담회 Hub, 건축가 승효상 장로 강조
 
   

"교회, 하나님 위한 장소 아니라 그곳 찾아오는 사람들의 장소 돼야"
 
"건축은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이 중심이 되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교회의 크기와 교인 수, 지역의 특성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데 건축가들은 본인의 틀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건축을 모르는 교인들은 '당하는 것' 아닙니까"
 
지난 4일 총회문화법인이 주관하는 2013년 문화목회간담회 'Hub'에서 강사로 참여한 건축가 승효상 장로(동숭교회ㆍ이로재 대표)는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를 주제로 건축이란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크리스찬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함께 한 목회자들과 열띤 토론을 펼쳤다.
 
한 목회자의 "건축하는 사람들은 왜 자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승 장로는 "예술을 추구하는 건축가는 주변환경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의 아이콘을 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건축은 신뢰의 관계다.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최선의 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그는 "건축은 우리 삶을 조직하는 일이며 어디까지 삶에 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 교회가 6만개 정도 된다. 교회건축이 다 교회적일까 의문이 든다"는 질문에는 "교회건축이 하나님을 위한 공간이면 곤란하다. 교회건축은 시대성을 반영해야 하며 교회가 위치한 장소에 어울려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가 과연 교회로 부름받은 사람들을 위한 건축인지를 살펴야 한다"면서 '교회건축'은 "소명 받은 사람들이 스스로 세상의 관습과 규범에서 추방시켜 찾아오는 장소로, 신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그 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승효상 장로는 '신앙인'으로서의 건축가의 정체성을 밝히기도 했다. "건축은 오래 걸리고 더디지만 인간을 변화시킨다"면서 "건축을 축재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죄악"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와 시민에게 봉사하는 직업이 '건축가'라는 승 장로는 "개인이 돈을 내고 건축을 하지만 그 집으로 이웃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이 집은 당신 집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굴복하면 건축주의 하수인이고 건축가로서 죄인이다"고 주장했다. "건축은 자신을 객관화 하는 직업"이라면서 "자신을 객관화 하려면 기존의 질서나 관습에서 자신을 추방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교회'도 어떤 '부름'을 받아서 특정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비움의 건축'을 지향하는 건축가로 유명하다. 그날 간담회를 진행한 해위 윤보선 고택(국가지정 문화재 사적 438호)의 마당을 보면서 "마당은 대개는 비어있지만 언제든 삶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아이들이 놀던지 노동을 하던지 늘 관대하게 우리 삶을 받아들이고 그 행위가 끝나면 다시 비워진다"면서 "그러나 경제개발로 마당이 덮혀지고 말았다. 이 아름다운 '불확정적인 비움'을 다시 현대로 끄집어 내는 것이 건축가의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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