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저 바람처럼

[ 생명의양식(설교) ] 생명의양식

김기 목사
2013년 06월 04일(화) 16:38

▶ 본문말씀 : 요 3:8
"바람이 임의로 불매 네가 그 소리는 들어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나니 성령으로 난 사람도 다 그러하니라"

바람 부는 날 숲속에 들어가 가만히 귀를 열어 보면 그 때 숲을 쓰다듬으며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우리를 깨울 것입니다. 온 몸을, 그리고 영혼까지도 말입니다. 나는 종종 바람 부는 날이면 산엘 갑니다. 숲에서 듣는 바람소리를 즐기는 호사를 누리는 순간 부자가 다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도덕경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上善은 若水니, 水善은 利萬物이나 而不爭하며, 處하기는 衆人之所惡이 故로 幾於道'라. 즉 "잘한다는 것은 물과 같으면 된다, 물처럼 제대로 할 수 있다면 모든 이에게 두루 보탬이 될 터이나 그 어느 한 가지도 제가 했다고 우겨대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머물고자 하는 자리는 언제나 뭇사람들이 꺼리는 곳, 즉 낮은 자리이니 그러므로 그것이 바로 도에 가까운 것이라"고 옮길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 물은 무애(無碍)의 삶, 걸림이 없는 삶의 꼴을 가지고 있음이 강조됩니다. 생명들은 두루 이롭게 하지만 그 한 일에 걸리지 않아 다툼도 없고, 무엇에도 걸림이 없이 늘 흐르고자 하는 길을 잃지 않음, 그리하여 모든 생명의 배경으로 흐르다가 마침내 바다가 되는 물의 성격을 말합니다.
 
그런데 본문의 바람 또한 그런 무애의 길을 간다고 말합니다. 바람이 지니고 있는 무애의 삶이야말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새겨주시려고 했던 온갖 가르침 가운데 대표적인 가르침입니다.
 
들은 말입니다. "바람이 푸른 바다를 건너왔다고 푸른빛을 띠겠으며 단풍나무 우거진 숲을 지나간다고 울긋불긋해 지겠느냐" 바람이 지닌 무애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말입니다. 그러면 이 바람이나 물과 같기 위해서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가 어떤 것일까요? 바람과 물의 공통된 성격은 부드러움입니다. 부드러우니 걸리지도 않고 엎어지거나 깨지지도 않습니다. 부드러움이야말로 몸에 배도록 익혀야 할 훌륭한 기술입니다. 누가복음 18장 17절에 "너희가 어린 아이와 같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어린 아이와 같다는 것은 부드러움입니다. 어린아이의 특징이 하늘나라에 이르는 길이라고 했는데 그게 바로 부드러움입니다.
 
몸이 부드러워야 하고, 마음도 부드러워야 합니다. 부드러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자신의 마음을 살펴야 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살아왔는지를 살피는 겁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기도입니다. 그렇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안다면 내적인 부드러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음은 자극이 올 때마다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이들을 지적하는 일에는 몹시 부지런합니다. 도덕선생이나 법관이 아니고 순례자일 뿐인데 말입니다. 순례자는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마음을 빼앗기면 즉시 걸음이 흐트러지게 됩니다. 모든 일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훈련을 끊임없이 거듭해야 합니다. 오직 자신의 길을 반듯하게 걸어가면서 자신의 성숙을 이루는 길만이 세상을 따뜻하게 합니다. 조금은 더딘 듯하지만, 보다 완전한 방법임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 땅에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입니다. 행복하면서 자유롭게, 그러면서 남의 귀감이 될 만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주님의 부탁이고 그 분의 뜻입니다. 활달한 자유인으로 물처럼 바람처럼 세상을 건너가는 순례자. 그래서 다른 이들이 우리를 볼 때 길을 묻고 싶은 그런 사람으로 삶을 수놓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 진리를 배우시기 바랍니다. 진리가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 시작도 끝도 가눌 수 없이 순응해 가는 바람처럼 말입니다.

김기 목사 / 낭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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