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사회적 책임 교회가 가르친다

[ 교계 ]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13년 05월 30일(목) 10:50
지역ㆍ세대 초월해 환경ㆍ정치ㆍ경제 등 다양한 이슈 공유
 
제34회 독일교회의 날(Kirchentag)이 열린 항구도시 함부르크.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4박5일간 함부르크에서 열린 독일교회의 날은 도시 전체가 축제의 장이었다. 전국에서 몰려든 인파들로 거리마다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거렸다. 도시 곳곳에서 거리공연이 펼쳐지는가 하면 함부르크 시내에 있는 교회들마다 공연과 연주회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연세가 지긋한 노인들로부터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독일교회의 날은 그야말로 세대를 초월한 화합의 장이었다. 또한 함부르크 시민들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몰려든 인파로 독일 국가 전체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심지어 직장인들은 노동절 연휴를 끼고 휴가를 내면서까지 독일교회의 날에 참여하는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교단 분열과 보혁 갈등, 그리고 개교회주의와 물량주의로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교회를 생각할 때, 독일교회가 마냥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유럽 대부분의 교회들이 점점 쇠퇴해 교회들이 문을 닫고 있다는 말만 듣고 온 기자에게는 독일교회의 날에 참여하면서 그러한 우려를 조금은 씻을 수 있었다. 물론 독일 개신교인들을 대상으로 거두는 종교세가 줄어들어 요즘 독일교회가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독일교회의 날에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교계 인사, 평신도들이 참여해 축제의 장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서 독일개신교회는 여전히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일교회의 날이 평신도 주축으로 개최되고 있다는 점에 기자는 또 한 번 놀랐다. 독일교회의 날은 평신도들이 중심이 된 '독일교회의 날'협회에서 2년마다 행사를 개최하고 있었다. 독일교회의 날 행사가 끝나면 곧바로 2년 후의 독일교회의 날 행사 준비에 들어간다고 했다. 한국교회가 목회자들 중심의 교회정치로 행사를 준비하는데 비해 독일교회는 평신도들이 주축이 돼 그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는 점에서 독일교회의 밝은 미래를 찾아볼 수 있었다.
 
수 십만명이 참여하는 독일교회의 날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협회에서는 평신도와 함께 주로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놀랄 만한 일이었다. 보수도 없이 자비량으로 독일교회의 날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로 인해 독일교회의 날은 더욱 빛을 보게 된 것. 특히 자원봉사자들 가운데는 스카우트 청소년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행사장마다 청소년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행사를 돕는 것을 보면서 독일교회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일교회의 날 자원봉사를 위해 청소년들은 직접 배낭을 매고 여러 도시에서 와서 행사장에서 숙식하며 봉사활동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교회의 다음세대들이 생각났다.
 
독일교회의 날의 출발은 19세기 중반에 산업화로 인한 노동문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독일교회가 사회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후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1949년 독일개신교회의 날이 창립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독일교회의 날은 교회가 대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응답하기 위한 행사로 자리매김해 왔다.
 
반전 환경 생태계 경제 정치 종교 등 다양한 사회적인 이슈를 다룸으로써 사회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교회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사회의 여러가지 이슈들에 관심을 갖게 돼 교회와 사회는 서로를 인정하는 관계를 맺게 된 것. 이러한 이유로 독일교회의 날은 시민단체들이 대거 참여하는 계기가 돼 '개방된 시민사회포럼'이라고 불릴 정도다.
 
오히려 사회가 교회를 염려하는 오늘의 한국교회의 상황을 고려할 때, 독일교회는 날은 사회에 대한 교회의 책임감을 분명히 드러내주는 행사였다. 독일교회의 날을 통해 독일 사회가 독일교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을 바라보며 한국교회가 사회를 향한 치유와 화해의 역할을 다시 한번 찾아보게 했다. 특히 본교단 총회가 향후 10년간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운동을 전개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에 독일교회의 날은 본교단 총회가 사회의 여러가지 문제에 책임감을 갖고 응답해야할 자리임을 확인시켜줬다. 한걸음 나아가 독일교회의 날은 오늘날 교회가 자리한 현주소를 점검한 후에 앞으로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할 과제를 보여주기도 했다.
 
독일교회의 날이 보여준 또 하나의 메시지는 한국교회에 대한 따뜻한 배려였다. 특히 WCC 제10차 부산총회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교회를 향해 남다른 관심은 독일교회의 날이 간직해온 에큐메니칼 정신을 보여줬다. 폐막을 하루 앞둔 4일 저녁에 열린 에큐메니칼 예배는 독일교회의 날이 항구도시인 함부르크와 항구도시 부산을 잇는 '다리'가 되기를 소원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설교를 맡은 주교는 WCC 제10차 부산총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화해와 창조질서 회복을 위해 기여하는 총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독일교회 관계자와 WCC 울라프 트베이트 총무, 독일한인교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에큐메니칼 예배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처한 탈북자 문제와 종군위안부 문제 등이 구체적으로 다뤄져 한국교회를 향한 그들의 따뜻한 형제애를 엿볼 수 있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면서 1949년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됐다가 1990년 10월 3일 하나의 국가로 통일을 이룬 독일은 아직도 남북간의 긴장이 증폭되고 있는 우리에게 부러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우리를 향해 독일교회의 날에 열린 예큐메니칼 예배는 자유와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함께 기도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또한 이 자리에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는 독일 시민단체의 대표 한정화 씨의 증언을 통해 독일교회가 이 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에큐메니칼 예배 참석자들은 이들을 위해 헌금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독일교회의 날 대회장인 게하르트 로버스는 "우리가 서로 모이는 것은 에큐메니칼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독일교회의 날은 다른 사람에게 교회가 무엇이며 신앙이 무엇인지, 그리고 에큐메니칼운동과 WCC가 무엇인지를 이해시키는 행사"라는 말로 독일교회의 날을 소개했다. 4박5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기자는 독일교회의 날를 통해 에큐메니칼을 경험하고 자신의 영성을 다시 한 번 경험하며 세상을 향한 책임성을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가슴 깊이 간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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