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단일기 ] 교단일기
196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the baby boomer generation)는 또래들과 어울려서 놀 기회가 참 많았다. 노는 것이 그들의 주된 일이었다. 그만큼 친구를 사귈 기회도 많았다. 이 마을 친구들이 저 마을 친구들을 자기 마을로 초대하여 1박2일간 함께 지내다 자기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가장 넓은 방이 있는 친구 집에 모두 모여서 저녁 늦게까지 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당시는 각종 절기에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들도 많았다. 농악대에 끼어들어가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도 하고, 연을 만들어서 날리며 놀다가 연싸움을 하면서 액막이연으로 날려 보내기도 했다. 겨울에는 썰매와 외발스키를 만들어서 타고 놀았으며, 딱지를 만들어서 딱지 따먹기 놀이를 하고, 소꼴을 베러 산과 들에 가서 낫치기를 하며 꼴 따먹기 놀이도 했다. 저수지 건너편까지 헤엄을 쳐서 먼저가기 시합을 하기도 하고, 높은 산의 숲 속을 헤치고 다니면서 토종 블루베리인 모새나무와 정금, 산딸기 등 각종 야생 열매를 책보자기에 가득 따서 친구들과 입이 시퍼렇게 되도록 나눠먹었다.
요즈음 아이들은 대부분이 학교 수업이 끝나기가 바쁘게 학원에 간다. 가정에서도 자녀가 하나나 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친척이나 이웃이 자녀들과 함께 어울리는 경우도 많지 않다. 아이들은 모이면 스마트폰에 매달려 있고, 어른들은 텔레비전 시청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부모는 자녀가 많은 지식을 쌓도록 시간과 돈을 집중적으로 투자하지만, 친구를 사귀도록 이웃이나 학교 급우들의 가족과 함께 어울리는 데에는 그만큼 노력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또래들과 상호작용 하면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적 기술을 습득할 기회가 너무 부족하다.
초등학생들이 처음 중학교에 들어오면 낮선 학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질적인 학생들과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와 같은 부적응으로 인하여 사소한 갈등이 발생하지만, 아이들은 점차 이에 적절히 대처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먼저, '비슷한 성격'과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또래 사이에 호의를 가지고 먼저 접근하여 말을 거는 학생과 친구가 된다. 시간이 지나면, 서로 마음을 열어놓고 소통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친구가 몇 명씩 생기고, 마지막에는 특별히 소원(疏遠)한 감정이 없는 친구들도 사귈 수 있게 된다.
그런가 하면 여러 가지 이유로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 때, 부모들은 자녀가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일단 친구를 사귀려면 함께 지내는 공동체에 속한 또래들을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자녀와 부모 동반 모임을 주선해야 한다. 특히 호의를 가지고 있는 또래와 함께 공통적으로 관심이 있는 활동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예를 들면, 두세 가족이 자녀들과 함께 체험활동이나 여행을 갈 수도 있고, 함께 등산을 가거나 식사를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생일잔치에 자녀가 좋아하는 또래들을 초대하여 함께 어울리게 할 수도 있다. 가족들이 함께 동반한 모임에서는 자녀들도 서로에게 신뢰감을 갖기 때문에 서로 쉽게 가까워져 친구가 되기 쉽다.
폴 브론슨과 애쉴리 메리먼 저 '양육쇼크'의 '다른 사람과 잘 놀기'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그들이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기회를 가능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도록 부모끼리 정한 약속(play date)'을 통해 또래 아이들이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활동들을 계획해야 한다. 또래 청소년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지면, 따돌림행위가 아니라 또래지위의 필요에 의해 공격성이 약화된다. 아이들은 또래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사회성 능력을 습득한다. 높은 사회성 능력이 있는 청소년이 또래 사이의 갈등도 수월하게 해결하고 갈등 관계에 있는 또래와 친구가 된다. 또한 사회성 능력이 있는 아이가 좋은 친구를 사귀고, 좋은 친구가 있는 청소년이 행복하다.
김천갑/용북중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