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마안!

[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 축복의발견

문단열
2013년 05월 28일(화) 15:45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이르시되 내가 이미 사울을 버려 이스라엘 왕이 되지 못하게 하였거늘 네가 그를 위하여 언제까지 슬퍼하겠느냐 너는 뿔에 기름을 채워 가지고 가라 내가 너를 베들레헴 사람 이새에게로 보내리니 이는 내가 그의 아들 중에서 한 왕을 보았느니라 하시는지라(삼상 16:1)
The LORD said to Samuel, "How long will you mourn for Saul, since I have rejected him as king over Israel? Fill your horn with oil and be on your way; I am sending you to Jesse of Bethlehem. I have chosen one of his sons to be king."
 
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던 여학생을 대학생이 된 후 서울로 와 만났던 적이 있습니다. 안 그래도 서로 마음이 있던 터라 두 사람의 관계는 순풍에 돛단 듯 나아갔습니다. 연애가 꽤 진척이 있던 어느날 저는 결코 합치할 수 없는 두 집안의 문화적 차이를 느끼고는 갑자기 그녀를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저희 집은 아주 개방적이고 격이 없었는데 그녀의 집은 골수 유교집안이라 어른을 눈도 못 쳐다보는 분위기였습니다. 너무 급작스런 내 심경의 변화에 나도 적잖이 놀랐지만 그녀는 충격이 이루 말할 수도 없었겠죠. 우리는 별로 싸운 적도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한 후 만 5년간 그녀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제 꿈에 나타나 울었고 저는 언제나 그것을 가슴아파했습니다. 애시당초 관계를 시작하자고 했던 것에 대한 책임감때문이었습니다.
 
애당초 사울을 기름부어 왕으로 삼았던 사무엘은 사울을 아꼈습니다. 둘 사이에는 호흡을 맞춰 나라를 다스리던 밀월기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속되는 사울의 불순종으로 사무엘은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사울의 불순종이 그 직접적 원인이었지만 문제는 사무엘 선지자가 그를 향해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이었습니다. 왕이 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숨어서 나오지도 않던 사람을 왕으로 세워놓고 다시 그를 저버린다는 것에 인간적으로 심한 부담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단호히 말씀하십니다. "그를 위해 언제까지 슬퍼하겠느냐!" 내가 선택한 새로운 사람에게 가라는 것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을 허락할 뿐 아니라 명령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과거의 소산물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나에게 어떠 과거가 있던 간에 그것이 온전히 나 혼자 만들어 낸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연애를 혼자 하는 것이 아니듯 과거의 그 어떤 흔적도 인간은 온전히 자신 혼자는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자신의 책임부분에 대해서 충분한 후회와 반성이 있다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제 그마안!"이라고 위로하십니다. 그리고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라고 말씀하십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명령'하시는 것입니다.
 
그녀의 꿈에 괴로워 하던 시간이 몇년 지난 어느 날부터 저는 웬일인지 더이상 그런 꿈을 꾸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녀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친구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때가 왔던 것이지요. 자신의 잘못에 책임지지 않은 우리의 뻔뻔함을 하나님은 가슴아파하십니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 이상으로 우리가 과거에 매여 고통받는 것은 더더욱 마음 아파하십니다. 오늘 하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그만 하면 됐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라!" 무책임은 나쁜 것이지만 하나님을 제껴두고 혼자서 세상 일을 다 책임지려하는 것도 꼴불견이기 때문입니다.
 
문단열 / 성신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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