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말하고 … 강연 통해 세계와 호흡

[ 교계 ]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13년 05월 20일(월) 13:26
행사 기간 중 2천5백여 프로그램 진행, 시 전체가 소통의 장
 
【독일 함부르크 = 김성진 부장】 함부르크시 전체가 강연장이 된 독일교회의 날. 2500여 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독일교회의 날은 오늘이 처한 삶의 자리에서 세계와 호흡하고 서로에게 마음 문을 여는 자리였다. 누구에게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끝까지 경청하는 소통의 자리이기도 했다. 특히 '필요한 만큼'이라는 주제처럼, 독일교회의 날은 하나님의 원리인 각 사람이 필요한 만큼만 가질 수 있다는 평등의 정신과 서로 신뢰하고 연대하며 함께 정의롭게 살아가는데 가치를 두고 있었다.
 
독일교회의 날에 가장 인기 있는 강연 중의 하나였던 요하킴 가오크 대통령의 기조강연은 독일교회의 날이 갖고 있는 의미를 드러내는데 충분한 강연이었다. '강력한 사회'라는 주제로 4명과의 좌담회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기조강연에서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에 강조점을 뒀다. 목사인 그는 장애와 관련해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하나님께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자신의 인생의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장애인 스스로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모두가 장애인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그는 낙태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자녀를 낳고 기르는 것의 소중함을 말한 뒤, "낙태는 어떠한 경우도 긍정할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사실, 그는 동독 루터교 목사 출신의 인권운동가였다. 동독의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목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는 더욱 주목을 받았다. 영호남이 갈라져 있는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을 감안할 때에 남북통일 됐다고 해서 북한 출신의 정치인이 통일된 나라의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과연 그를 대통령으로 뽑아줄 것인가? 독일 국민을 다시 한 번 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정치인들이 정치적 손익을 계산하느라 쉽게 말을 하지 못하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정의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에 독일인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아왔고 그 결과로 대통령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예년에 비해 제34회 독일교회의 날에는 정부 부처 관계자들의 참여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오전에 성 니콜라이교회에서 열린 성경공부 시간에 초청된 강사는 드 메지에르 독일 국방부 장관. 목회자의 전유물로 생각됐던 성경공부를 평신도의 신분으로 인도한다는 점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성경공부가 시작된 후, 5분만에 갑자기 반전 단체가 교회 안에 들어와 시위하는 장면이 벌어졌다. 국방부 장관이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미국과 입장을 같이 한다는 이유로 예수의 정신에 어긋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성경공부를 인도해서는 안된다며 시위를 벌인 것. 10분간 이어진 반전 단체의 시위에 국방부 장관은 그들의 주장을 끝까지 청취했고 시위가 끝난 후에 반전 단체가 교회밖으로 퇴장한 후에 성경공부는 계속 이어졌다. 

다양한 이슈를 가지고 진행된 이번 독일교회의 날에는 '환경'에 대한 주제도 다뤄졌다. 지난 1일 오후에 있었던 피터 알트마이어 환경부 장관의 강연은 환경에 대한 주제로 다뤄졌다. 그는 "환경 문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한 뒤, "교회가 에너지 사용과 분배의 문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이 일을 위해 지역의 교회 목회자들이 정치인들에게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우리 나라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된 핵연료와 관련해 "핵연료를 사용하는 것과 화력발전소는 줄여야 한다"면서 "바이오 에너지와 풍력발전소, 핵 발전소를 없애는 일에 전국민이 투자해야 한다"며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인권'에 관한 문제도 빠지지 않고 다뤄졌다. 인권과 관련해 모든 사람의 인권이 중요한 것이기에 어떤 사람의 인권도 침해받지 않도록 함께 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4일 오후에 있었던 종교간의 대화도 독일교회의 날의 주요한 이슈였다. 기독교와 불교 이슬람 힌두교 정치인 등이 패널로 참여한 이날 '종교간의 대화'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는 우리는 무엇을 믿고 있고 사회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었다. 모든 종교에 구원이 있다는 종교다원주의를 거부하고 다만 서로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이날 토론회가 진행됐다. 또한 '여성 해방'을 주제로한 강연회가 이어지기도 했다. 강연회에선 오늘에 이르러 서로간의 관계성이 소비성으로 변해가는데 대한 비판이 제기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인권과 환경, 세계화, 종교간의 대화, 여성해방 등 독일교회의 날에 다뤄진 이슈들도 다양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여러가지 이슈들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곧 독일교회의 날의 정신임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의 관심사가 곧 한국교회와 사회가 당면한 과제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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