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디자인하신 대로

[ 교단 ]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3년 05월 15일(수) 14:49

서울강동노회 그교회 

   
 
교회 이름의 다양화 추세 속에 요즘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교회명도 자주 듣게 된다. 서울강동노회 그교회(최성열 목사 시무)도 그 중 하나다.

담임 최성열목사를 처음 만나는 사람은 교회의 사역이나 특징보다 이름에 더 관심이 많다고 한다. 도데체 '그'가 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원래 '그교회'는 '하나님이 디자인하신 그 교회'의 줄임말이다. 그러나 '디자인'이란 말도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궁금증은 더 커진다.

최 목사는 '디자인'은 '하나님이 세우시려고 계획하셨던'을 의미하고, '그 교회'는 '성경에서 교회를 지칭할 때 썼던 표현'임을 밝히며, "세상의 모든 교회가 하나님의 뜻에 따라 세워진 그 교회이며, 우리도 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세워진 그 교회란 어떤 교회일까?' 그교회는 설립 당시 이 점을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이미 한국엔 많은 교회들이 있었기에 '이런 교회라면 하나 쯤 더 있어도 좋겠다'는 확신이 필요했습니다."

마천중앙교회 부목사로 시무하던 최 목사는 2008년 4월 12명의 청년들과 함께 서울 송파구 잠실에 그교회를 창립했다. 선교와 다음 세대를 위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교회라면 하나 쯤 더 있어도 좋겠다는 결론을 얻은 후였다.

"아무래도 규모가 큰 교회는 인력이나 재정을 투입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지만, 저희는 처음부터 마음껏 투자하는 교회를 지향했기 때문에 훨씬 자유로운 편입니다."

이런 자유로움은 그교회의 지나온 발자취에 잘 나타나 있다. 그교회는 창립 1주년을 기념해 북한 선교를 위한 선교사를 파송했다. 2주년엔 탈북자 어린이 심장수술을 위한 바자회를 열었고, 3주년엔 해외 아동 후원 결연식을 가졌다. 4주년엔 교인들이 단체로 장기기증을 서약하기도 했다. 모두 상가교회 시절 일어난 일이다.

그교회가 남양주시의 한 상가에서 진접읍 금곡리로 이사 온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발견한 폐농가를 교회로 리모델링하는데 6개월이 걸렸다. 마당엔 낮은 울타리를 세워 자동차가 들어오지 못하다록 하고 잔디를 깔아 뛰어놀기 좋도록 만들었다. 마당 한 쪽엔 모래 놀이터를 조성하고, 예배실 옆에 실내 놀이방도 만들었다. 짖거나 물지 않도록 훈련받은 개도 키우는 데 아이들의 정서 발달을 위해서란다.

   
 
지난 4월에 창립 5주년을 맞은 그교회는 이 마당에서 지역 다문화 가정을 위한 결혼식을 열었다. 총회 주제에 맞춰 지역 작은이들의 벗이 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형편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의 결혼 예식과 축하 행사 일체를 교회가 전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매번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 교인들의 재능에 따라 새롭게 팀을 구성해 활동해 온 그교회는 이번에도 결혼팀, 장식팀, 시설팀, 식사팀, 영상팀 등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교회의 교세는 아이들을 포함해 300명 정도지만 담임목사를 포함해 목사가 3명, 전도사 1명, 새가정을 담당하는 간사 1명이 전임으로 사역하고 있다. 최 목사는 전임 사역자들의 사례비 역시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라고 말한다. 6개월 이상 출석한 교인이 아이를 낳으면 출산장려금 20만원을 주는 것도 그교회만의 관심 표현법이다.

그교회는 청년 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특히 청년들의 꿈을 키워주는 비전트립과 통일을 대비하는 북한 사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언젠가는 북한 땅이 열린다'는 생각을 가지고 준비할 수 있도록 교회가 도와줘야 합니다."

최 목사는 다수의 한국 기독교인들이 북한이나 후진국 신앙인들보다 여러 면에서 우월하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목숨을 걸고 신앙 생활을 하는 그들로부터 배울 것이 더 많음을 강조했다. 통일 후 북한 교회와 소통하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겸손하게 북한 교인들의 신앙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최 목사는 한 때 산업디자이너를 꿈꿨었다. 그래서인지 그교회의 본당, 교육관, 마당, 카페, 각종 장식들은 세련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는 교회가 '지역 사회의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회가 교인들의 집보다 편하고 아름다운 장소가 되도록 꾸미는 데도 부지런하다.

그교회에는 디자인적 아름다움과 함께 아이들이 모래를 뿌리고 주변을 어지럽힐 수 있는 자유로움이 공존하고 있어 좋다. 또한 지역을 돌보는 나눔이 풍성해 활기차다. 기부금을 모아 구제에 사용하도록 하는 '나눔은행'과 작은이들을 돕는 '나눔카페'를 운영해 매년 1000만원 이상의 구제비를 지출한다니 놀랍다.

그교회는 최근 상담을 통한 치유 사역을 목회에 적극 활용하기 위한 준비도 진행하고 있다.

"교회도 사회도 개인이 자신의 색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죠. 그러나 각기 다른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모두 순기능을 하려면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이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하나님 디자인하신 그 교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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