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섬김 꾸준히 실천할 때 마음문 열립니다

[ 교단 ]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3년 05월 10일(금) 11:10

관악노회 산성교회

   
서울시 관악구 행운동에 위치한 관악노회 산성교회(박명진 목사 시무)는 그 모양새가 좀 특이하다. 고지대에 형성된 아파트 단지 끝에서 산 위와 아래를 연결해 주는 높다란 7층 건물로 마치 군사 요충지에 자리잡은 유럽의 고성처럼 보인다.
 
산 아래 단독주택 지역 주민들이 윗 동네로 가려면 교회 옆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역으로 아파트 주민들도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야 쉽게 옆 동네로 이동할 수 있다. 이 두 지역을 연결해 주는 것이 바로 산성교회인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곳이 교회 주차장이다보니 하루에도 수많은 주민들이 교회 마당을 밟을 수밖에 없다.
 
산성교회는 지난 2000년 아파트단지 건축과 함께 이 곳으로 이전해 들어왔다. 재개발 지역이다보니 주민들이 상당히 민감했고, 당시엔 주차 문제를 놓고도 갈등이 많았다고 한다. 인근 주민들이 항의 때문에 주일에는 창문도 못 열었다고.
 
이런 주민과 주민, 주민과 교회 사이의 갈등을 풀어낸 것이 섬김이었다.
 
"초기엔 항의하는 주민 집에 찾아가 먼저 사과하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러니 대부분 마음을 열더군요."
 
담임 박명진 목사는 자신을 낮추고 상대의 마음을 얻는 것이 섬김의 첫걸음임을 설명했다. 그는 당시 아파트 단지와 함께 건축된 산성교회의 최대 수용인원이 약 1000명이었던 점에 착안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섬김의 정신으로 '111 비전'을 세웠다. '111 비전'은 '1000명의 성도가 100곳을 섬기고 10명을 파송하자'는 뜻으로, 교회가 직면했던 재정적, 지역적 어려움을 섬김으로 풀어가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111 비전'은 다양한 방법으로 구체화됐다. 첫 시도는 인근 YWCA의 무료급식이 주중에만 이뤄지는 것을 보고 토요일 급식 봉사를 교회가 자원하면서 출발됐다. 그리고 과거 폐지와 폐유를 모으던 일을 변형시켜 교인들과 지역을 청소하는 '환경 살리기 운동'도 시작했다. 이어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사랑의 요구르트를 배달했고, 봄 가을 바자회 수익금은 '사랑의 김장'이란 구호 아래 이웃과 나눴다. 인근 학교 결식아동에겐 도시락을 제공했고, 푸드뱅크 운영을 통해 빵을 나눠주는 일도 시작했다. 또한 성미를 어려운 이웃들이 자유롭게 퍼갈 수 있는 '사랑의 쌀'로 전환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산성교회엔 지금도 섬김을 위한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지난 사순절에는 교인들에게 포도 송이 모양의 새벽기도회 출석표를 나눠줘 동전을 붙이게 했고, 모인 기금은 필리핀 다바오에 개척한 젠산산성교회의 무료배식 기금으로 사용하게 했다. 또한 부활절엔 교회가 계란을 나눠주지 않고 오히려 교인들이 계란을 하나씩 가져오게 해 지역 주민들과 나누기도 했다.
 
섬김의 아이디어는 이웃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들을 긍휼히 여길 때 나온다. 또 그들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찾을 때 확장된다.
 
   

주민들을 배려해 '사랑의 식탁'으로 이름을 바꾼 무료급식은 처음의 3배인 150명 이상이 이용한다. 10가정으로 시작한 요구르트 배달도 50가정으로 늘었다. 아이들에게 주던 도시락은 장학금 제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100곳을 섬기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박 목사는 지난 10여 년 동안 111비전운동을 통해 많은 결실을 거뒀지만, 아직도 여전히 우리 주변엔 관심을 가져야 할 소외된 이웃이 존재함을 강조했다.
 
산성교회는 올해부터 다른 교회가 운영하던 아동비전센터 사역을 돕게 됐고, 향후 전체 운영도 감당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작은이들의 벗 된 교회가 되려면 교인들에게 다양한 섬김의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박 목사의 소신이며, '작더라도 꾸준히 섬길 때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그의 경험담이다.
 
나눔과 섬김은 좋은 일이지만 때로는 어려움과 시행착오가 뒤따르기도 한다.
 
섬김의 결과가 교인들의 기대에 못미치기도 하고, 섬김을 포교의 수단이라며 비난하는 주민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박 목사는 "조용히, 작게,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섬겼더니 교인과 주민 모두의 마음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전에는 무엇을 나눠주던, 어떤 행사를 열던 참석자들에게 종교적 부담을 주지 않았지만, 이제는 오래 알고 지낸 친밀함을 통해 말씀, 기도, 찬양도 편안히 부를 수 있게 됐다.
 
"한동안은 어른신들에게 식사만 대접했는데, 그 분들이 언젠가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안 되겠더군요."
 
박 목사는 말씀을 전하기에 앞서 항상 어르신을 웃겨드린다고 한다. 그러려니 인터넷에서 재밌는 글을 보면 꼭 스크랩해 놓는다. 또 스킨십을 통해 어르신들의 건강을 파악하기 위해 손을 잡고 기도해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는 "노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좋다"고 말한다.
 
특히 노인들이 많은 이 지역에서 산성교회는 '노인의 축복을 받는 교회'였다. 요즘은 마을 어르신들이 교회를 칭찬하고 봉사자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어른들과 함께 늙어가는 산성교회의 섬김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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