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이 만든 두 작품

[ 공연본색 ]

최무열
2013년 05월 06일(월) 10:05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리고 '그날들'  

올해 상반기의 가장 뜨거운 창작 뮤지컬의 화두는 '김광석'이다. 김광석의 노래를 가지고 만드는 뮤지컬이 세 작품이나 된다. 각기 저마다의 특성을 가지고 새롭게 접근을 했다. 이미 외국에서는 아바의 음악을 가지고 만든 '맘마미아'나 퀸의 음악을 가지고 만든 '위 윌 락 유' 등 성공을 거둔 작품이 있고, 그 중 맘마미아는 영화화까지 되어 화제가 되었고, 우리나라 공연에서도 연일 매진이었다. 그리고 곧 마이클 잭슨의 음악으로 만든 뮤지컬이 나올 예정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작품이 있는 데 먼저 이문세의 노래를 작곡해준 고 이영훈 선생의 가요로 만든 '광화문연가'가 히트를 친 적이 있다. 왜 이런 작품들을 앞 다투어 하려할까? 그 이유는 뮤지컬의 가장 핵심요소로서 음악이 이미 귀에 익숙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노래가 나오면 기분이 좋고, 또 흥얼거리듯이 뮤지컬을 보러 가서 내가 아는 노래가 나온다면 호감도가 상승하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주크박스뮤지컬이나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한 사람의 음악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을 제작하려는 붐이 생겨난 것이다.
 
내가 본 두 작품은 장단점이 분명했다.
 
먼저 본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김광석의 노래에 충실한 작품이었다. 그러다 보니 뮤지컬의 핵심요소인 드라마와 춤이 빠져있었고, 그 중 춤이 빠지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뮤지컬을 보러 오는 것은 음악만이 아닌 드라마를 보러오는 것이고, 그리고 이 작품이 김광석의 노래를 사용하는 것만큼 드라마에 김광석의 노래가 얼마나 잘 묻어나는지를 보고 싶어 가는 것이다. 또 그렇게 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동의 깊이가 달라지는데, 이 작품은 드라마의 힘이 거의 없는 이야기 콘서트 같은 느낌이 났다. 하지만 김광석이 가지고 있는 노래의 힘이 너무 크고, 주인공 배우가 김광석을 떠오르게 하는 창법이라 드라마를 기대하지 않고 보면 좋을 만한 공연이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는 사뭇 다른 '그날들'
 
여기서 사뭇 다르다는 것은 일단 외적인 규모가 다르고 또 참여하는 크리에이티브의 유명도와 배우들의 대중성이 다르다. 뮤지컬계의 블루칩인 장유정 연출, 장소영 음악감독이 그렇고 무대와 조명, 의상 등 대극장에서 나를 현혹하는 시각적, 청각적 요소가 충분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작품이었다. 거기다 국민 남편이 된 유준상, 오만석, 지창욱 등 이름대도 알만 한 스타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보는 이의 취향에 따라 호, 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작품이었다. 김광석의 노래가 기가 막히게 맞는 드라마를 기대했다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다. 하지만 뮤지컬을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열광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있다. 일단 줄을 이용한 무대영상이 아름다웠고, 또 김광석 노래의 웅장한 편곡이 대극장에 잘 맞았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가 폭팔적이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안정적이었다. 그리고 감동을 줄만한 요소도 많았다. 그리고 분명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하는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 작품을 보고 나가면서 김광석과 같이 살았던 그 시대의 추억을 떠 올리게 하기에는 부족하지 않나 싶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봄바람처럼 가버린 김광석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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