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집사' 유감

[ 목양칼럼 ] 목양칼럼

임인채 목사
2013년 05월 02일(목) 15:06

우리 교회는 해마다 11월이 되면 제직 재임명을 위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데 90% 이상이 교육에 참석을 하고 있다. 교육에 참석하지 못 할 부득이한 사정, 예를 든다면 병원에 입원 중이거나 외지에 출타 중이거나 매우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교육에 불참할 경우에 내년도 서리집사 임명에서 제외한다. 그러나 처음에 이 제도를 만들어 시행할 때에 만만치가 않았다. 왜냐하면 한 번 탈락 시키려면 시켜보라는 배짱을 가진 '배째라족'이 상당수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부딪치고 보니 고민이 많이 되었다. 나는 일단 두 번 정도의 교육 기회를 추가로 부여하여 시간이 안 되어서 교육을 못 받았다는 핑계를 대지 못하도록 하였고, 부교역자들로 하여금 일일이 전화를 하여 참석을 종용하도록 하였다. 그런데도 무단으로 불참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배를 째는 단호함을 보여 주었고 전원 재임명에서 탈락을 시켜버렸다. 물론 그것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지만 집사의 역할과 사명도 모르는 채 1년 동안에 단 한 번도 제직회에 참석도 하지 않고 집사라는 이름만 가지고 있기를 좋아하는 이런 잘못된 모습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이런 저런 불평의 소리들이 한 동안 계속 되었지만 못 들은 척하고 일체 대응하지 않았더니 시간이 지나자 잠잠해 졌고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되었다.
 
나는 한국교회의 서리집사 제도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전교인의 집사화가 된 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어떤 교회는 이제 막 세례를 받은 사람에게 집사 직분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교회에서 집사였다면 우리 교회에 온지 한 두 달 밖에 안 되었어도 집사 임명을 하고 있다. 그가 그 교회에서 정말로 집사였는지 신앙생활을 어떻게 하였는지도 모른 채 본인의 말만 듣고 그렇게 임명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대부분의 한국교회에서 이명증서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이단의 침투도 용이하고, 못된 사람들이 자기의 과거를 숨긴 채 다른 교회에 가서 버젓이 행세하다가 그 교회에서도 또 못된 짓을 행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가 교회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으며 교회를 위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구호가 해병대에 있는데 한국 교회는 한 번 서리집사는 영원한 집사가 되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는 서리집사와 안수집사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그가 주일예배 참석이나 헌금 생활 등의 집사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리집사로 임명하고 또한 교인을 붙잡아 두는 방편으로 그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집사 재임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를 교회되게 하기 위해서는 이런 것부터라도 바로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목회자들은 사람의 종이 아니라 하나님의 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바울 사도가 갈라디아교회를 향하여 "이제 내가 사람들에게 좋게 하랴, 하나님께 좋게 하랴"라고 했던 그 말씀을 우리 모두가 마음 속에 새겨야 할 것이다.

임인채 목사 /동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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