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섭리

[ 땅끝에서온편지 ]

장덕인 선교사
2013년 05월 02일(목) 10:40
부족한 필자가 멕시코에 와서 그리 많은 선교사역을 감당한 것도 아닌데 어느덧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1993년 고국을 떠나기 앞서 장신대 선교훈련원에서 훈련을 받을 때 서정운 총장과 이광순 교수가 말씀하시길 "각자의 선교지에 가서 특별한 일을 안해도 그냥 잘 살면 됩니다. 그저 그들과 동화되어 같이 살면 됩니다. 큰 일 할려고 하지 말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면서 준비하면 됩니다"라고 말씀했다.
 
선교훈련 마지막 과정은 한국에 와서 선교 사역을 하다가 한국 땅에 묻힌 선교사 무덤을 탐방하면서 마무리 했다. 우리나라에 와서 풍토병 및 여러 질병으로 돌아가신 선교사와 그 가족, 심지어는 수 많은 어린 아이들이 묻힌 선교사 묘지를 방문하고 리포트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미개하고 척박했던 한국에 오직 복음 하나를 들고 오신 선교사들의 뜨거운 열정과 그들이 뿌린 복음의 씨앗으로 말미암아 지금은 얼마나 많은 열매가 맺어졌고 이를 바탕으로 얼마나 많은 선교사들이 전 세계로 나가 있는지를 생각하며 하나님의 섭리와 역사하심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필자 부부다. 이 땅 멕시코에 와서 특별히 큰 사역은 못했으나 한 지역에서 20년의 세월을 오직 복음에 빛진 자의 마음으로 한인교회 사역과 아울러 현지인 선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지면을 이용해 필자가 하고 있는 현지인 선교사역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는 매년 목회자 세미나를 하며 현지인 사역자의 목회에 큰 도전과 희망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체계화된 신학교육을 받지 않고 평신도에서 바로 안수를 받아 목사가 된 분들이 대부분이기에 필자가 섬기는 한인교회에서 실시하는 목회자 세미나에는 매번 200명 가까운 목회자들이 함께 교제하며 말씀으로 재도전을 받고 있다. 어떤 이는 목회 현장에서 지친 목회자에게 큰 힘과 위로를 주는 사역이라며 매우 고마워한다.
 
20여 년 동안 현지인 목회자 세미나를 하다보니 지금은 이 지역 목회자들이 서로 좋은 유대 관계를 갖고 각자의 사역에도 많은 열매들을 맺고 있다. 이곳도 우리나라 못지 않게 교파 간의 갈등이 있어서 다른 교파에서 모임이 있을 때에는 서로 참석하지 않는다. 그러나 필자의 교회에서 모임을 갖거나 세미나를 하면 교파를 초월해 참석하는 것이 처음에는 경이롭게 느껴지곤 했다. 한 번은 우리 한국인 목사들을 초청해 현지인 목회자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주최한 교회가 속한 교단의 목사들만 참석해 그 다음 부터는 항상 필자의 교회에서 세미나를 하고 있다.
 
둘째는 과달라하라 지역에 있는 교회를 한달에 한번 방문한다. 그때에 난 돋보기를 갖고 간다. 감사한 것은 목회자 뿐 아니라 일반 성도들에게도 좋은 반응이 있고 큰 선교의 장이 되고 있다. 돋보기 선교의 시작은 필자의 외삼촌으로 미국 산호세에 사는 김종주 장로(서울 동신교회, 제50회 총회장을 역임하신 고 김세진 목사의 막내 사위)께서 오직 돋보기 선교만을 위해 도움을 주신다. 현지교회들은 이 때를 이용해 지역 사회에 많은 홍보를 하고 이웃의 믿지 않는 자들을 교회로 초대해 말씀을 듣고 돋보기를 나누며 기쁨을 함께하며 전도의 기회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 25개 교회를 방문했고 때로는 방문했던 교회에서 재방문을 요청하기도 한다.
 
개인에게 맞는 돋보기를 찾기 위해 요한복음 3장 16절을 크게 읽어보라고 한다.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분이 그 말씀을 듣게되고 본인 차례에 또 다시 같은 말씀을 읽으면서 늘 은혜를 받는다. 시골이나 도심 변두리에 사는 노인들이 본인을 위해 돋보기를 구입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형편이다. 노인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되기도 하고 교회에서 예배 후에 나눠 주니 전도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현지인 선교를 위해 여러 곳을 다녔기에 요즘은 시골 어디를 가든 알아보며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선교는 "꾸준히 한 지역에 정착해 오래 살면서 그 주변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생각해 본다.
 
본교단 파송 멕시코 선교사 장덕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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