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약감구이어병(良藥甘口利於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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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3년 04월 30일(화) 16:22
양약(良藥)은 고구(苦口)이나 이어병(利於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되, 병을 다스리는데 이롭다는 뜻이죠. 정말 그럴까요? 좋은 약은 다 입에 쓴걸까요? 얼마 전 캄보디아 빈민지역에서 이들을 기숙시키며 학교에 보내는 사역을 하시는 선교사님 한 분에게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아이들에게 캐러멜(caramel) 형태의 비타민이 인기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몸에도 좋고 맛있는 약, 이제 '양약고구이어병'이 아니라 '양약감구이어병(良藥甘口利於病)'이란 말이 나올 듯합니다.
 
하바드대학교에서 명강의로 꼽히는 강의가 둘 있습니다. 하나는 마이클 샌댈의 '정의'이고 또 하나는 탈 벤 샤하르(Tal Ben-Shahar)의 '행복'입니다. 탈 벤 샤하르는 행복을 '맛있고 몸에도 좋은 음식'으로 비유했습니다. 그는 미래의 달콤한 보상을 위해서 현재의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는 식의 태도를 '채식주의자가 먹는 맛없는 음식'이라 말합니다. 당장 맛은 없지만 훗날 몸에 좋다는 이유로 꾹 참고 먹는 음식, 출세 하나만을 성취하기 위해 인생을 사는 출세지상주의자는 불행한 사람이라는거죠.
 
그런가하면 '정크푸드형 음식'도 있습니다. 치킨, 피자, 햄버거 등 기름지고 당장은 입이 즐겁지만 몸에는 해로운 음식, 현재의 쾌락을 즐기는 사람들 그들도 결코 행복한 사람이라 말할 순 없습니다. 탈 벤 샤하르는 지금 맛이 없어야 훗날 몸에 좋은 것이고, 맛있는 것은 몸에 나쁘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벗어나 '지금 입 맛에도 딱 맞고 훗날 몸에도 좋은 음식'이야말로 행복이라 말합니다. 지금 행복하면서도 미래의 성공을 위해 더 많은 것을 준비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는거죠.
 
그는 일하는 것을 고통이나 참아내야함으로 여기는 사람은 오히려 커다란 성취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는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말이죠. 역사상 위인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서 큰 즐거움과 사명감과 의미를 찾은 사람들입니다. 보다 많은 보수와 보다 높은 직위에 오르기 위해 자신이 하는 일을 참아내며 하는 사람이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을까요?
 
산을 오를 때 정상에 오르는 것만이 목적인 사람은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고통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가 걷는 한걸음 한걸음이 모여 인생이 되는데도 그것을 참아내야할 고통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인생 자체가 괴로움이 되고 맙니다. 그러나 정상을 목표로 하되, 내딛는 걸음 걸음 속에서 주변의 풍광을 살피고 즐기며 산에 오르는 사람은 등산 자체가 즐거움입니다. 행복은 성공의 결과가 아니라 성공에 이르는 길이 행복이라는 것이죠.
 
산악인 엄홍길씨는 세계 최초로 세상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산의 16좌를 완등한 사람입니다. 언젠가 그는 히말라야 정상을 불과 150여 미터 앞두고 하산해야 하는 아픔을 겪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는 "내가 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산이 허락하지 않으면 올라갈 수가 없는 것"이라 겸허하게 말합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즐거워서 하는 사람입니다. 보다 많은 돈과 높은 직위, 부귀영화를 위해 산을 타지는 않습니다. 성공한 사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소박한 진리를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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