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가치의 부흥보다 하나님의 그루터기를…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박은호 목사
2013년 04월 23일(화) 15:44

우리시대는 어디를 가나 안팎으로 성장가치(成長價値)에 매몰되어 있다. 최근의 우리나라 경제는 7분기 연속 0%대 성장을 하고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960년대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80달러로 유엔등록 120여 국가 중 인도 다음으로 못사는 나라였다. 한국전쟁 후 미국 원조가 끝난 데다 가뭄과 흉년이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말 그대로 초근목피로 끼니를 이어가던 나라였다. 그러던 우리나라가 1970, 80년대를 거쳐 90년대에 이르면서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는 압축성장을 하면서 세계의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이지 않은가! 소득 1만 달러 시대를 영국은 200년 미국은 180년 일본은 100년 걸쳐 이룬 것을 우리는 불과 30년 만에 달성한 나라이고 보면, 누가 이것을 두고 한강의 기적이라 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이런 경제성장과 발맞추어 한국교회도 90년대 초반까지도 성장을 거듭해 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 교단도 그때와 발맞추어 92년도부터 만사운동을 전개해 오지 않았던가? 그러나 성장주의의 부흥을 부르짖던 그 시대의 우리 교단을 포함한 한국교회 역사(歷史)의 실상은, 우리의 기대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계속 내리닫고 있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미 정부 통계의 발표에서도 드러났지만, 우리가 한창 만사운동을 외치고 성장주의의 부흥을 부르짖던 그 시대 10여 년 동안 한국교회는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계속해서 0%의 성장도 아닌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지 않았던가? 일부 주류 교회들을 중심으로, 수평이동에 의한 브랜드화 된 성장현상은 한국교회의 양극화라는 현상을 가져왔고, 그로 인한 교회 안팎의 부정적 이미지화가 가속화 되면서 한국교회는 더 이상 우리 사회 속에서 설 곳을 잃어버린 교회로 전락해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20세기 선교신학의 거장인 보쉬(David J. Bosch)는 '변화하는 선교(Transforming Mission)'라는 불후의 저서를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다. 보쉬가 말하는 변화하는 선교는, 선교의 핵심가치이다. 요동치는 사회변동과 역사변동 속에서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본질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 변동을 넘어서는 영구한 복음의 능력을 선포하기 위해 기독교는 스스로 자기 자신을 변화시켜나가는 능력을 견지해야 한다는 역설을 설파한 것이다. 교회가 스스로 그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능력을 잃지 않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쿤(Thomas S. Kuhn)은 '탈바꿈(paradigm shift)'을 말했는데,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과학적인 공동체만큼 보수적인 공동체가 어디 있는가? 과학공동체보다 더 보수적인 공동체가 있는 데 바로 기독교 공동체이다. 쿤이 말한 '탈바꿈'은 과학분야에서부터 제기한 이론인데, 그는 과학적인 공동체가 워낙 보수적인 집단이기 때문에 과학공동체의 '탈바꿈' 곧 발전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혁명'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고 역설했다. 코페르니쿠스 패러다임이 뉴톤 패러다임에 의해 대치되고 뉴톤 패러다임이 아인슈타인 패러다임에 의해서 대치될 때, 그 각 패러다임 변화의 과정은 거듭되는 지식축적에 의해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고 '혁명적인 변화'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얘기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탈바꿈(paradigm shift)'을 아는가? 분열왕국 시대 남 왕국 유다가 바벨론 제국에 패망하기 150여 년 전부터 하나님은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서 유다의 심판을 말씀하셨고, 동시에 하나님의 놀라운 구원과 회복, 위로의 메시지도 선포하셨다. 우리는 유다의 패망과 회복, 위로와 구원 사이에서 행동하신 하나님의 역사 행동을 주목해 보아야 한다. 유다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과 구원 사이에서 보여 주신 하나님의 역사 행동은 '그루터기'를 남기시는 일이었다. 밤나무 상수리나무가 베임을 당하여도 그 '그루터기'는 남아 있는 것 같이, 거룩한 씨 곧 '그루터기'를 남기시는 역사 행동을 통해 하나님은 유다를 새롭게 하셨고 이스라엘을 회복하셨던 것이다. 이사야 선지자의 소명은 남다른 소명이었는데, 그는 소명받기 전에 먼저 유다를 향한 하나님의 '종합검진진단서'를 받아든 채 소명을 받았던 선지자이다. 우리 시대에 필요한 교회, 일꾼은 한국교회의 내실 없는 성장주의 부흥의 허상을 깊이 인식하고 고뇌하는 거룩한 씨인 '그루터기'와 같은 교회와 하나님의 사람들이다. '그루터기!'

박은호 목사 / 정릉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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