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통합 교단 협동조합 사례

[ 교계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3년 04월 19일(금) 15:19
영등포산업개발 신용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본 협동조합 운동의 확산
 
'양극화 넘어서는 신나는 노동과 협동의 세계'
노동자들의 차별과 설움 해소
양극화의 벽 넘어 우애로 초대
 
지난해 12월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되면서 최근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본교단에서도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 운동 10년'의 시작과 함께 협동조합의 정신과 구조, 프로그램 등이 교단과 산하 교회의 사역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총회 차원의 관심을 갖고 있다.
 
협동조합을 실제로 시작하려면 과거의 사례와 현재 운영되고 있는 협동조합을 살펴봄으로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아직 본교단 내에서는 협동조합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도시 산업선교를 오랜 세월 동안 전개해온 영등포산업선교회(총무:손은정, 이하 영등포산선)에서는 오래 전부터 협동조합 운동을 전개하며, 그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 1960년대부터 협동조합 운동 시작
 
영등포산선 하면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선교를 하는 곳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곳이다.
 
영등포산선은 지난 2010년 작성한 새로운 사명선언문에서 '양극화를 넘어서는 신나는 노동과 협동'을 핵심 사명으로 선언했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차별과 설움을 해소하는 것이 사명의 한 축이고, 경쟁질서가 낳은 양극화를 넘어 우애의 질서로 초대하는 삶을 위해 협동운동 공동체를 확산시키는 것이 또 다른 한축이라는 선언이다. 시대적으로 산업화 과정을 지나 후기산업사회가 되면서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넘어 다양한 사회적 필요들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대두됨에 따라 협동 네트워크를 형성해 양극화의 벽을 넘는다는 것이 영등포산선의 구상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영등포산선은 협동조합 운동을 더욱 활발하게 전개할 예정이다.
 
# 영등포산선 협동운동의 뿌리 '다람쥐회'

   
 
영등포산선이 협동조합을 처음으로 시작한 것은 1969년이다. 영등포산선의 초대총무인 조지송목사는 경제력이 약한 다수의 사람들이 단결해 자금을 만들고, 회원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신용협동조합을 구상했다. 그해 8월 노동자 40여 명이 1만4천여 원을 모아 신용조합을 발족했다. 이 신용협동조합은 1972년 신용협동조합법이 제정되면서 영등포산업개발 신용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최초로 재무부 정식인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1978년 유신치하 당시 재무부의 부당한 감사와 조합원 명부 제출 요구에 자진 탈퇴 형식을 거쳐 신용협동조합을 해산하고 남아있던 조합원들이 '다람쥐회'로 명칭을 바꿔 활동하고 있다. 다람쥐회는 현재 조합원이 5백40여 명으로 영등포산선 협동조합운동의 모태역할을 하고 있다.
 
   
1974년부터 다람쥐회와 인연을 맺어온 운영위원회 회장 박점순권사(성문밖교회)는 "영등포산선은 저에게 제 2의 고향이자 친정 같은 곳"이라며 "70년대 근처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후 지금까지 돈이 필요한 때는 다른 곳에 가서 아쉬운 소리할 필요 없이 항상 다람쥐회에서 빌려쓰고 갚고 있다"고 말했다. 박 권사는 "함께 협력하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소신을 가지고 협동조합의 발전을 위해 조합원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의료생협과 소비자협동조합 운동으로 확산
 
영등포산선은 다람쥐회를 뿌리로 협동조합 운동을 확산시키기 시작했다. 다람쥐회에서는 의료생협 설립을 논의하다가 2001년 발기인 대회를 열며 그 첫 단추를 끼웠다. 처음에는 다람쥐회 분회 모임에서 시작됐지만 지역주민들과 결합해 출자하면서 서울의료생협을 설립한 것. '우리네 한의원'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 병원은 우리나라에서 6번째, 서울에서는 최초로 설립된 병원이다. 2008년에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았고, 현재는 대림동에서 치과와 재가장기요양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조합원 수는 2천여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서울의료생협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상업적으로 치우치고 있는 현재의 병원 생리를 벗어나 주민들이 편하게 상담하고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이기 때문이다.
 
영등포산선의 간사에 따르면 "병원이 영리를 최우선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보약을 지으러 와도 의사가 약 먹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라며 돌려보내더라"며 "이윤이 잘 남지 않아 운영상 어려운 점은 있지만 초기의 설립 목적을 끝까지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의료생협은 지난 3월 30일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새롭게 인가를 받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대림동 이외에도 안양, 군포, 의왕 지역에 생협을 만들어 오는 5월에 개원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영등포산선에서 싹이 튼 의료생협이 각 지역으로 뿌리를 뻗고 있는 것이다.
 
   

영등포산선에는 지역 주민들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한 행복중심서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도 있다. 영등포산선 건물 1층에 자리잡고 있는 서로살림조합은 1999년 다람쥐회 주부 협동학교를 수료한 주부들이 우리 환경과 먹거리에 대한 자료를 읽고 토론한 것을 계기로 해 시작됐다. 초기에는 생협의 형태보다 다람쥐회 조합원과 성문밖교회 교인들, 밝은공동체 회원들을 중심으로 우리 먹거리와 생활재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게 사무실에 판매대를 설치했다. 그러다 규모가 점점 커져 2004년 다람쥐회의 출자금으로 정식 사업체로 등록한 후 매장을 만들었고, 2007년에는 대림동 서울의료생협 병원 내에 2차 매장을 만들었다. 2010년에는 개정된 생협법에 따라 2011년 법인 총회 후 정식인가를 받은 상태다.
 
지난 16일 방문한 서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매장에서는 3~4명의 조합원들이 물건을 사고 있었다. 조합원들은 "솔직히 물건의 종류나 가격면에서 다른 곳에 비해 탁월하게 좋다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이곳에서는 바른 먹거리를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며 "앞으로 상품을 다양화하고 규모가 더 커지면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영등포산선에서는 협동조합 운동 발전을 위해 많은 시도를 해왔다. 협동운동과 공동체네트워크의 형성을 원활히 하기 위해 지난 2011~2012년까지 생활협동공동체협의회를 발족해 운영하기도 했다. 영등포산선의 노동자 선배들과 성문밖교회 교우들이 주축이 되어 1997년 만든 주말문화학교 '밝은공동체'는 교육협동조합을 지향하며 생활공동체를 일궈내고 있다.
 
홈리스 상담보호시설인 햇살보금자리에서는 자활 자조모임이 해보자모임을 갖고 자체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
 
# '서로 돕는 사회 만들기' 비전 향해
 
물론 영등포산선의 협동조합 운동에는 부족한 점도 한계도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내부적인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 2008년도 발간된 협동운동사업부 문서에서는 영등포산선 협동운동은 △긴 역사와 풍부한 인적자원을 가진 점 △교회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 △자체 건물을 가지고 있는 점 △연대하는 단체가 많은 점 등의 강점이 있는 반면 △의료생협의 거리가 먼 점 △개별사업체의 경제적 자립도가 떨어지는 점 △협동사업 구성원들의 의견집중력이 일반 사업체에 비해 부족한 점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영등포산선은 △각 협동조합과 공동체를 아우르는 조직체 건설 △다람쥐회의 법적인 지위 획득 △장기발전 비전을 통한 다양한 공동체 건설(반찬가게, 공부방 등) △교육활동을 강화한 인력양성 △각 협동조합의 규모화 경영과 자립 △전문가 네트워크와 자문그룹 건설 △새로운 노동운동, 생활운동을 협동조합을 통해 만들기 등의 향후 과제를 설정해놓고 있다.
 
영등포산선 총무 손은정목사는 "산선의 협동운동은 지역을 무대로 지역주민들과 가난한 이웃들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야 할 과제를 앞두고 있다"며 "영등포산선은 향후 양극화를 넘어서는 신나는 노동과 협동의 세계를 이뤄 가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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