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소비운동의 현장으로 운영하라

[ 문화목회 이야기 ]

성석환 목사
2013년 04월 18일(목) 15:39
교회카페의 차별화

필자는 최근 창조적인 문화목회를 하기 원하는 많은 카페교회를 방문하게 된다. 카페가 교회건물의 부속공간일 경우(교회카페)도 있고 아예 카페와 예배공간이 같은 경우(카페교회)도 많다. 강사로 가서 강의를 하게 되든지 상담이나 조언을 위해 미팅을 하든지 빼놓지 않고 제기하는 질문이 있다. 다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카페를 해야 하는 분명한 목적과 선교적 접근에 대한 이해가 분명한지 짚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한 근본적인 부분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으면 단순히 비즈니스에 몰입하거나 수익구조 개선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 기왕에 하는 것이니 수익도 잘 나서 선하고 좋은 일에 선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처음부터 목회적이거나 선교적 목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아예 사업으로 시작한 것이라면 모를까 교회가 하는 일이라면 카페 공간과 사역의 선교적 목적성을 명확히 하고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교회카페는 무엇으로 다른 카페들과 차별화를 할 수 있을까? 맛이 좋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도 차별점은 될 수 있다. 필자 역시 교회카페라 하여 맛을 소홀히 했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어서 이 부분이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라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으로는 교회카페가 신학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맛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 커피를 공급하는 것 자체가 교회카페의 존재의 목적이겠는가?

구리에서 카페교회를 시작한 K목사는 최근 2년이 조금 지나서 카페형식을 포기하고 일반목회를 위한 교회로 전환했다. 전에 사역하던 교회에서 지원도 받았던 터라 고민이 많았지만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수익이 나지 않았고, 무엇보다 목회자 본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너무 컸던 것이다. 시대적 흐름에 맞춰 문화목회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본인이 신학적 성찰이 모자랐고 주위의 카페와 선교적 차별화를 실현하지 못한 것이다.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교회카페를 윤리적 소비운동의 현장이 되도록 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커피를 생산하는 나라나 생산자는 대부분 가난한 이들인데, 그것을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와 소비자는 대부분 부유한 나라이다.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는 공의로운 경제원리를 커피생산, 유통, 소비과정에 적용할 수 있다면, 전혀 나아지지 않는 생산자들의 삶의 질도좋아지고 커피를 소비하는 이들도 윤리적 소비에 동참하게 된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가 더 윤리적인 삶의 태도나 덜 소비하는 삶의 동기를 제공한다면 교회카페로서는 충분히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셈이다. 일회용품은 최대한 덜 쓰고, 적정온도를 유지하며,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하는 등 노력하자. 지역사회와 주민들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여 하나님이 지으신 피조세계를 아름답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리자. 이를 위해 환경교실이나 윤리적 소비교실도 열어 보자.

꼭 커피만 가지고 고민할 이유가 없다. 예컨대 의왕 청지기 교회가 왕송호수 근처에서 2012년 시작한 '콩세알 카페'는 지역주민에게 DIY 목공을 도와주는 교실을 열고 또 전문상담사가 상담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교회와 카페는 환경문제나 재활용 필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스스로 물건을 만들어 사용하는 일을 통해 환경운동에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크지 않고 멋지지 않아도 교회가 운영하는 카페다운 면모이다.

성석환 목사 / 도시공동체연구소장ㆍ동숭교회 문화목사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