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 말씀&MOVIE ] 말씀&MOVIE

최성수 목사
2013년 04월 18일(목) 15:37
월 플라워(스티븐 크보스키,드라마,15세,2013)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 '월 플라워'는 90년대 미국 청소년들의 일상과 삶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영화다. 소설은 평단의 주목을 받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는데,청소년과 관련해서 다뤄지는 전형적인 주제인 대학진학,우정과 사랑 그리고 집단 따돌림이외에도 성인들에게도 민감한 주제인 동성애,마약,알코올,섹스,근친애 등도 다루고 있어 일부에선 금서목록에 포함시켰다고도 한다. 우리와 정서가 달라 낯설긴 해도 사춘기를 이미 거쳐 왔거나 아니면 아직도 진행 중인 청소년들은 적어도 그 분위기와 열기 정도는 충분히 공감하며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청소년을 지도하는 사람들로서 그들의 문제와 문제를 보는 방식에 대해 이해하기를 원한다면 감상을 적극 추천한다.

'월 플라워'는 파티에서 파트너가 없어서 춤을 추지 못하는 여성을 뜻하며,대개 인기 없는 사람을 가리킬 때 사용된다. 부담감을 잔뜩 안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찰리(로건 레먼 분)가 자신의 고민과 문제를 미지의 친구에게 털어놓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월 플라워에 불과했던 시기부터 과거의 트라우마와 현재의 문제와 싸우는 고통과 함께 성장해가면서 인생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기를 준비하는 청소년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학교와 집 그리고 친구관계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양상의 삶과 에피소드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찰리가 화두로 제시한 질문과 대답이다. 왜 누가 보기에도 꽤 괜찮은 사람들이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거부하지 못하는 것일까? 미모에서 결코 뒤지지 않은 누나가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남자친구에게 매달리고 또 자신이 좋아하는 샘(엠마 왓슨 분)이 과거 성인 남성들과 가졌던 성관계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 찰리의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대해 선생님은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는 만큼의 사랑을 받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해준다.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사랑을 기대하고 또 받는다는 의미다. 문제는 낮은 자존감이었다는 말이며 매우 설득력 있는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자존감의 문제는 영화 곳곳에 드러나 있다. 무엇보다 샘을 포함해서 그녀의 이복형제로서 남다른 출생배경 때문에 자신의 출생에 대한 특별한 이유를 발견하지 못할 뿐 아니라 또한 기성세대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톡톡 튀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불량품으로 생각하면서 또한 성적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패트릭(에즈라 밀러 분)에게서 잘 볼 수 있다. 좋은 집안에다 뛰어난 미모를 가진 누나나 찰리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찰리는 자신의 존재감을 타인을 통해서만 찾으려고 하고,자신의 호불호를 분명하게 표시하지 못하며 매우 뛰어난 문학적인 소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드러내기를 주저한다. 좋아했던 친구의 자살을 막지 못한 것과 자기에게 줄 선물을 가지러 가다 교통사고로 죽은 이모의 죽음에 대한 자책감 때문에 환영에 시달리다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경험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찰리의 트라우마에는 이모에 의한 성추행도 포함되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청소년들의 낮은 자존감을 부추기는 여러 요인들을 보여주는데,대부분이 기성세대에게서 비롯하는 것이다.

자존감은 현재의 삶은 물론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고 결정하며 또 그 꿈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일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낮은 자존감은 관계에 있어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자존감은 나에 대한 생각을 집중하는 정체성 형성과정에서 흔히 등장하는 것으로 자존심이나 자만심과 구별해서 어릴 때부터 길러야 할 품성이다. 그릇된 자존감을 가질 때는 관계는 물론이고 스스로를 해칠 수 있지만,무엇보다 불필요할 정도로 지나친 자존심이나 자만심으로 넘어가지 않기 위해선 자존감의 근거에 관한 생각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곧,사람은 무엇에 근거해서 스스로를 존중히 여겨야 하는가? 기성세대의 잘못된 태도나 가치가 청소년들의 낮은 자존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은 이미 지적했지만,그렇다고 나의 실력,배경,미모, 건강,재산 등에 비추어서만 나를 존중히 여긴다면,그것은 자만심을 낳을 뿐이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과 배타성을 전제로 한다면 불필요한 자존심만을 키우게 된다. 건강한 자존감은 무엇에 근거해서 형성되는 것일까?

어린 시절의 경험은 자존감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는 가운데,특히 자존감의 문제를 신앙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볼 때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다윗의 자존감이다. 다윗의 자존감은 무엇보다 골리앗과의 싸움이나 시편 8편에 잘 표현되어 있다. 그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늘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생각했고 또 자신이 해야 할 일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하나님의 선택과 부르심의 은혜에 비추어볼 때,자신이 얼마나 귀한 존재임을 깨달았다. 다윗은 자신의 과거나 주변의 사람 그리고 환경을 기준으로 스스로를 생각하지 않았고 변치 않는 하나님의 은혜를 통해 자존감을 갖고 또 지켜나갈 수 있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또한 자만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른 자존감은 결코 자신을 높이거나 불필요하게 자신을 주장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최성수 목사 / 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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