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짓 몸짓으로 하나님 은혜 나눕니다

[ 교단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3년 04월 18일(목) 15:28
순천 농아인교회

   
전남 순천시 매곡동. 차 한대가 겨우 통과할 수 있는 골목들을 지나 고요한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는 교회의 모습은 소박하고 단아했다. 주택가에 교회가 있으면 시끌벅적해지기 마련이지만 이 교회는 깊은 침묵 속에 미소를 띤 교인들이 조용히 왕래할 뿐이다.

꽃샘추위가 잦아든 지난 11일 순천 농아인교회(황진호목사 시무)를 찾은 기자를 황진호 목사 내외는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었다. 그들은 말하지 못하고, 기자는 수화를 몰랐기 때문에 우리는 의사소통은 얼굴표정과 손짓, 그리고 흰종이와 볼펜을 매개로 진행됐다.

농아인교회의 사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농아인(聾啞人)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했다.

청각 장애인과 언어 장애인을 가리키는 농아인들은 말을 기억할 수 있는 유아기 이전에 고도의 난청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해능력도 발음능력도 발달하지 않아 글을 익히기가 쉽지 않다. 농아인들은 들을 수 없는 장애로 인해 글을 익히기 어렵고, 글을 익히지 못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별로 없게 되며, 이로 인해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순천노회 농아인교회(황진호목사 시무)의 교인들도 약 80%가 문맹이다. 글을 몰라 이해도가 떨어지는 교인들을 위해 황 목사는 그림을 주로 이용해 설교한다. 예배시간에는 강단 앞에 설치된 스크린이 가장 중요한 예배 도우미다. 스크린을 통해 청각장애인용 찬송가, 말씀, 광고 등 예배의 모든 순서가 진행된다. 문맹인 농아인들은 수화도 잘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회를 찾는 농아인들에게 수화를 가르치는 것도 황 목사 부부와 집사들의 일이다.

황 목사는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수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새신자가 오면 장년부 수화공부를 한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배우는 교인들을 볼 때마다 큰 감동을 받는다"고 말한다.

교인들은 주로 농업, 어업, 건축업(일용직노동자) 등에 종사하고, 또 많은 수의 성도들이 직업이 없는 상태다. 교회 재정이 좋지는 않지만 2년전부터 자립교회가 됐다. 80여 명의 교인들이 열심으로 섬기고 몇 곳의 교회들이 후원을 해준 결과다.

   
농아인들의 복음화율은 비장애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굉장히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다닐 수 있는 교회가 거의 없고, 의사소통이 어려워 전도도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도에 부임한 황 목사는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같은 농아인이라는 동질감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활발한 전도를 전개해 부임시 15명이었던 교인은 7년 새 80여 명으로 증가했다.

전도방법을 묻자 황 목사는 "교인들을 찾아가 농사일을 도왔다"고 말했다. 그는 "비장애인이 전도하면 말로 들어서 '아멘'하고 교회로 인도할 수 있지만 농아인들은 수화로 대화를 해야하기 때문에 농사일을 도우며 친근해진 후 전도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효율성을 따지지 않고 힘든 농아인들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전도를 해왔다"고 말한다.

같은 농아인들을 생각하는 이러한 황 목사의 마음은 그가 신학을 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황 목사는 원래 대기업 공장의 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함께 일하는 농아인 50여 명 중 기독교인이 10명밖에 되지 않아 이들을 전도하는 과정에서 성경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것을 느껴 신학을 하게 됐다고 한다.

농아인들을 위한 농아인들의 교회는 별로 없기 때문에 순천 농아인교회는 전남지역에서 굉장한 희소성을 지닌다. 황 목사에 따르면 현재 순천에는 약 1천명의 청각장애인들이 있는데 이들을 전도하고 목회할 교회는 태부족인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황 목사는 순천 지역 이외에도 구례, 광양, 고흥 등을 돌며 구역예배를 드리고 전도를 한다. 무엇보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거리를 생각하지 않고 달려간다.

이러한 황 목사의 섬김 덕분에 교인들이 늘자 그들의 자녀들이 교회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교회학교의 필요성도 생겼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순천 농아인교회에는 현재 교회학교가 없다. 교사를 맡았던 젊은 청년 두명이 있었는데 한명은 군대에 가고, 한명은 타지역으로 시집을 갔단다. 아이들을 위한 교회학교 프로그램이 하루 빨리 생겼으면 하는 것이 황 목사의 바람이다.

   
개인적인 근심도 있다. 최근 아내가 뇌경색, 만성신부전증, 심장질환 등의 진단을 받으며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도 황 목사와 교인들은 열심으로 기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서도 황 목사에게는 언제나 감사가 넘친다. 좌절과 무지 속에 있던 교인들이 복음의 힘으로 일어서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농아인들이 사회적 위치나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지만 남을 의지해서 살지 않고 혼자의 힘으로 설 수 있도록 교인들에게 이러한 점을 많이 강조해요.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대로 최선을 다해 살면 자립의 길이 열린다는 것을 교인들이 깨달아 나가고 있는 중이에요. 변화되어가는 교인들을 볼 때마다 항상 하나님께 감사하죠."

인터뷰를 위해 종이에 써내려간 그의 글자 속에서도 은혜와 감사가 묻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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