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케 하는 널 만나고부터는

[ 예화사전 ] 예화사전

김운용 교수
2013년 04월 18일(목) 10:11

사랑하는 어머니를 병으로 먼저 떠나보낸 후 그 슬픔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죽으려고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진 여인이 있었다. 그러나 죽지는 못하고 두 다리가 잘리고 왼쪽 팔을 잃었다. 오른쪽은 손가락 세 개만 남았다.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어 병원에서 더 깊은 절망감에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어느 날 한 신학생이 병원 전도를 나왔다. 여러 차례 간절히 복음을 전했지만 그녀는 전혀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거기엔 흥미 자체가 없었고 지옥 같은 세상을 빨리 끝내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청년은 포기하지 않고 자주 병실을 방문했고, 정성을 다해 그녀를 돌봐주면서 예수님 이야길 들려주었다. 얼음장 같던 마음이 조금씩 녹기 시작했고 결국 그 정성에 감동이 되어 그가 그렇게 믿기를 권했던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였다.
 
퇴원 후 신앙생활을 해 나가는 중 발이 되어주고 팔이 되어주고 싶다며 그 청년이 청혼을 해 왔다. 하지만 자기 처지를 생각할 때 그녀는 그 청혼에 응할 수가 없었다. 그 청년은 함께 작정 기도를 시작해 보자고 했다. 얼마동안 기도한 후 응답 받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 두 사람이 받은 말씀은 동일했다. "너희 중에 두 사람이 땅에서 합심하여 무엇이든지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저희를 위하여 이루게 하리라"(마 18:19).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결혼하였고 슬하에 두 자녀를 둔 목회자 가정을 이루었다. 일본의 다하라 요네꼬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책, '사는 것이 황홀하다'의 내용이다. 두 다리가 없고 팔 한쪽이 없고 한쪽엔 세 손가락 밖에 없는데 '사는 것이 황홀하다'고 고백한다. 그런 장애를 안고 사는데 어찌 고통이 없었겠는가?
 
어느 날 저녁 남편이 좋아하는 감자요리를 하려는데 감자를 깎을 수 없었단다. 깎으려고 하면 감자가 손에서 빠져 나와 비웃기라도 하듯 저곳으로 굴러가곤 했다. 수차례 반복되니까 절망감이 밀려오고 마음에 깊은 고통이 느껴졌다. 순간 들고 있는 칼을 내리치고 싶은 충동까지 일어났단다. 가까스로 마음을 가다듬고 조용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저 같은 사람에게 남편도 주시고 자녀도 주셨으니 정말 감사합니다. 가족을 위해 감자를 요리해야 하는데 할 수가 없어요. 남편이 돌아올 시간도 다 되었고 배고픈 아이들도 저녁 식사를 기다리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도와주세요."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니까 평안이 밀려왔고 지혜가 떠올라 감자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칼로 내리치니 딱 반으로 잘라졌다. 도마에서 굴러가지 않은 감자를 깎아 요리를 할 수 있었고 그날 저녁 식탁에는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찬양으로 가득했다.
 
'사는 것이 황홀하다…' 그런 고백을 갖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절망적인 생을 살 수 밖에 없었던 여인이 한 청년을 만남으로, 그를 통해 예수님을 만남으로, 동행하시는 주님께 어려울 때마다 무릎을 꿇어 하늘의 지혜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남이었다. 이생진 시인은 '널 만나고부터'라는 시에서 그렇게 노래한다. "어두운 길을 등불 없이도 갈 것 같다 / 걸어서도 바다를 건널 것 같다 / 날개 없이도 하늘을 날 것 같다 / 널 만나고부터는 / 가지고 싶던 것 / 다 가진 것 같다."

김운용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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