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는 컴퓨터 그 이후

[ 디지털 세상 ] 디지털세상

김태연 목사
2013년 04월 16일(화) 16:29

신체 착용에서 이식으로까지 발전 예상
신학적 고민ㆍ종교적 입장 정리 뒤따를 듯
 
인간이란 수많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살아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이라는게 대부분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들이다. 인류의 역사상 지구가 태양을 돈 시간은 겨우 600년 밖에 되지 않았고, 상투머리를 자르면 안 된다고 목숨 걸고 시위하던 때가 120년 전이다. 스마트폰 혁명이 시작된지는 4년도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세상을 판단하는 잣대를 가지고 있고 사고의 코어를 이루는 중심사유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스커트가 남자들이 속옷도 없이 입던 옷이지만 지금 남자가 속옷도 없이 스커트를 입고 돌아다니면 정신병자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안경이란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다. 흐리게 보이던 물체가 안경의 도움을 받으면 맑고 또렷하게 보인다. 현대인들은 이제 안경을 쓴 사람을 신기하게 보거나 이상하게 취급하지 않는다. 손목시계 역시 마찬가지다. 회중시계가 전쟁 시에 불편하다고 느껴서 만들기 시작한 손목시계는 어느덧 패션의 완성이자 편리한 도구로 인식되어 많은 사람들이 착용하고 있다. 이렇듯 편리한 기기들을 몸에 부착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노인이나 장애를 가진 분들이 보청기, 의수, 의족 등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신체의 일부로 인식하는 것처럼 말이다.
 
몸에 착용하는 컴퓨터가 하나 둘씩 신체와 접목되면서 사람들은 기계와 신체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게 된다. 맨눈으로 볼 수 있는건 눈에 보이는 세상뿐이지만 스마트 안경은 사이버 세상과 현실 세계를 함께 보여주고 더 나아가 확대 축소까지 가능해져서 눈으로 잘 보이지 않는 현실 세계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안경과 연결된 이어폰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소리로 길과 주변 상황을 알려주며, 청각장애인들에게는 빛으로 소리를 전환해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과거 원시와 근시 때문에 사용하던 안경이 이 세상과 사이버 세상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로 기능이 확대된다. 이러한 세상이 되면, 인간은 편리한 기기를 몸에 착용하는건 물론이고 심지어 몸에 기기들을 이식하는 행위도 용납할 것으로 생각된다.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처럼 컴퓨터를 '666'이라며 배척하는 사람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지만, 몸에 착용하는 컴퓨터가 일반화된 시대를 살아가면서 컴퓨터가 몸 안으로 들어오려고 할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까에 대한 기독교적 고민과 신학이 필요해 보인다.

김태연 목사/ @hanbaekㆍ트윗방송국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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