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 위한 교회와 사회의 합의점 필요

[ 교계 ]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3년 04월 15일(월) 14:49
다양한 의견 수렴된 법안 제정해야
동성애 문제 등 교계 지적에 발의의원 일보 후퇴 분위기
 
최근 H성도는 카카오톡 채팅을 통해 차별금지법 반대에 동참해 달라는 한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같은 구역 P집사가 보낸 내용이기에 차별금지법 입법 반대에 서명했다. 하지만 H성도는 차별금지법이 무엇인지, 교회가 왜 반대해야 하는지 명확히 모른다.
 
H성도는 "주위에서 이롭지 않은 법이라고 들어서 무조건 반대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뭐가 잘 못됐는지, 왜 반대해야 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차별금지법 입법 저지를 위한 서명운동과 캠페인, 문자와 카카오톡 등을 통한 반대 기류가 정점에 달했다. 또 교회의 강경한 반대움직임에 비례해 한국교회를 비판하는 안티기독교도 급증했다.
 
하지만 정작 차별금지법의 반대 이유와 배경 지식을 알고 있는 성도는 드물고, 교회가 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K 성도는 "차별금지법이 성경에 반하는 동성애를 감싸고, 이단에 대한 부정적인 환경을 조성하기에 분명히 반대하지만, 사회적 구조 안에서 인간의 기본 가치이고, 소수 약자를 배려하는 '인권'과 '평등'도 무시할 수 없어 고민이 된다"며, 이를 위한 교회와 사회 간 소통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대부분의 크리스찬은 민주당 최원식 의원 등 73명이 내놓은 차별금지법안 내용 중 '종교와 동성애' 항목에 큰 반감을 품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성경에 반하는 동성애와 동성혼, 이단사이비 종교의 합법화도 가능해진다고 내다봤다. 결국 신앙 양심의 외면적 자유인 종교의 건전한 비판이 불가능해진다는 판단이다. 최악에는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심각한 우려도 표명했다.
 
지난 3월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은 "소수 약자를 차별하는 것은 옳지 못하지만, 차별금지법은 '악법'의 소지가 있다면 그 차원은 다르다"고 전제하고, "차별금지법은 '신선한 과일 바구니 속에 썩은 과일'이 있는 것과 같다"고 묘사했다.
 
이와 관련 본교단 총회 손달익 총회장도 차별금지법 법안과 관련해 "종교 차별금지 조항이 종교 간 변증과 건전한 비판까지 가로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성 정체성에 대한 차별 금지와 같이 기존의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문화와 윤리에 심각하게 반하는 조항을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도리어 사회적인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며, "사전에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에 법률을 제정하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별금지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들을 법률로 정하기보다 기존의 가치관을 유연하게 적용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차별금지법 찬성자들은 교회의 이러한 태도에 부정적이다.
 
L씨는 "종교단체에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극히 종교라는 부분 안에서 적용되는 것이지, 그것이 전체 국민의 삶에 대해서 좌지우지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J씨 또한 "차별금지법 입법이 '교회의 위기'라면 그걸로 위기 맞을 교회가 망하는 게 맞다. 예수님의 교회라면 그 법이 어떤 문제도 될 수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교회와 세상의 시각 차이가 상당함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가톨릭 신자로서 동성애에 대해 개인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힌 법안 발의자 최원식 의원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회적 또는 국민적 합의가 되지 않는 차별금지 사유에 대해 당연히 수정되고 삭제될 수 있다. 법 제정으로 국민적 갈등과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는 내용이 있다면 삭제돼야 하는 것이 맞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그는 "무조건적인 반대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당혹스럽다. 법의 목적과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불합리한 차별 관행, 제도, 정책의 적극적 시정을 통해 헌법이 보장한 평등 원칙을 실현할 수 있도록 건전한 토론과 토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현재 차별금지법안에 대해서는 10만여 건의 반대 댓글이 달렸으며, 지난 9일 교계 단체는 10만여 명의 법안 폐기 반대서명을 국회에 제출했다.
 
발의자 최원식 의원을 비롯한 관계자들도 입법예고 기간이 끝난 차별금지법안이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지기는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법사위 소위원회 절차와 공청회를 비롯한 과정을 거치고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뜻이다.
 
교회와 사회의 합의점을 이끌어 내고, 다양한 의견이 수렴된 약자와 소수를 위한 법안 마련이 더욱 절실해 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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