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중심지 종로5가의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

[ 교계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3년 04월 15일(월) 11:35
건물 진입은 힘들고, 장애인용 화장실은 설비 미비로 사용 불가
말로만 약자 배려 
 
지난 1월 총회 직원예배에 참석한 차재우목사(지체장애인선교연합회 회장). 지체장애인으로 휠체어가 이동수단인 차 목사는 이날 예배의 기도순서를 맡아 예배 시간 전 총회에 도착했다. 그러나 차 목사의 어려움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휠체어를 타고 총회 건물인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정문에 들어가는데 턱이 있어 쉽게 진입할 수가 없었다. 겨우 들어와서 예배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화장실을 들렀을 때는 절망에 가까운 상태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용 화장실이 설치되지 않아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은 아예 이용할 수 없는 구조였다. 이날 차 목사의 '역경 하이라이트'는 예배시간에 발생했다. 기도 순서가 되어 단상으로 향한 차 목사는 턱이 높아 올라갈 수가 없었다. 결국 직원 4명이 휠체어를 들어 단상에 올리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차 목사는 "우리 교단이 교계에서 명망이 높은 교단인데 총회에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부족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교회는 약자를 위해야 하는데 장애인은 배제되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차 목사의 지적처럼 현재 총회 건물인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을 비롯한 한국 기독교의 중심지 종로 5가의 대표적 기독교건물들에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미비해, 장애인을 위한 교회의 의지와 행동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본보는 기독교 중심지인 종로 5가의 대표적 기독교 건물인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한국기독교회관, 여전도회관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여부를 조사했다.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건물인 위의 네 곳의 건물은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본보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기준에 따라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건축물 주출입구 높이차이 제거(경사로 또는 휠체어리프트 설치), 장애인의 출입이 가능한 출입구, 승강기, 장애인용화장실, 점자블럭 등의 설치 여부를 확인한 결과는 안타까울 정도였다.
 
   
먼저 본교단 총회가 있는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의 경우 경사로가 있기는 하지만 힘이 약한 여성이나 어린이 장애인은 올라오기가 힘든 구조였다. 비장애인에게는 보행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고, 경사로의 불편도 잘 느끼지 못하지만 백주년기념관을 이용해 본 장애인은 건물에 진입할 때 힘이 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장애인용 화장실 설치가 장애인 편의시설 중 가장 시급하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은 휠체어를 위한 공간, 짚고 일어설 수 있는 바(bar), 미닫이 문의 설치가 필수적인데 총회에는 이러한 시설이 미흡하다. 장애인들이 행사나 회의를 위해 총회에 올 때는 큰 곤욕을 치르기 십상이다. 또한 시각장애인을 위해 외부 보도로부터 건축물 출입구까지 점자블럭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것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의 경우 시각장애인들이나 지체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높이와 점자 등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었고 장애인용 주차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기독교회관의 경우는 장애인들에게 장애인 편의시설이 미약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일단 건물 자체가 오래되어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경사로가 설치되긴 했지만 전동휠체어가 아닌 일반 휠체어로 혼자의 힘으로 올라오기에는 경사가 심하고 겨우 올라오더라도 두개의 무거운 여닫이 문을 통과해야 한다. 휠체어를 타는 경우 화장실은 여닫이 문에 공간도 좁아 진입부터 불가능하고, 장애인 전용주차구역도 없어 장애인들에게는 최악의 공간이다. 엘리베이터의 경우에는 오른쪽 엘리베이터에 장애인용이라는 마크가 붙어 있으나 실제로 들어가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은 사용할 수 없는 엘리베이터다. 점자블럭은 말할 것도 없다.
 
   
여전도회관도 법 제정 이전 건물이라 장애인용 화장실이 없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도 없다.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은 출입이 가능한 건축물의 출입구 또는 장애인용 승강설비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어야 하는데 가장 가까운 곳은 지정 차량만 주차할 수 있으며, 장애인용 차량은 이보다 몇 미터를 더 걸어야 한다.
 
   
기독교연합회관의 경우는 조사한 네곳의 건물 중 유일하게 1층에 장애인용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입구가 좁아 편하게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엘리베이터 또한 장애인용 엘리베이터가 아니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럭도 없다. 정문에 세 개의 출입문 중 두 개가 회전문이고 나머지 하나의 문은 여닫이라 장애인들이 사용하는데 불편을 느낄 수 있다. 엘리베이터도 장애인이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놓았으나 문이 닫히는 속도가 빨라 거동이 느린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은 불편을 느낄 수 있다.
 
지체장애인인 이계윤목사(전국장애아동보육제공기관협의회 고문)는 "장애인 시설이 없으면 입주기관들이 장애인을 채용할 수 없어 불편의 문제를 넘어 장애인 고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교회와 기독교단체가 사회의 대표적 작은 이인 장애인들을 배려할 때 사회에도 선교적 효과가 있을텐데 교회와 기독교단체가 오히려 일반 사회의 기준보다도 뒤쳐져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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