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교회, 콘텐츠를 찾아라!

[ 문화목회 이야기 ]

성석환 목사
2013년 04월 10일(수) 14:15
창조적 문화목회의 현장1
 
카페에서 교회를 개척하거나 유사한 공간을 빌려 예배장소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주일 외에는 카페로 운영하여 비즈니스 공간으로 사용하고, 주일에는 예배와 목회활동 공간으로 사용한다. 기성교회들이 주일 외에는 대부분의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는데 그런 공간을 활용하여 카페로 활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시도들은 일단 공간의 창조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소통과 만남의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런데 유행처럼 번지는 카페형 교회들이 다 문화목회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무런 신학적 성찰이 없이 기능적인 목적만 가지고 시작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단지 수익구조를 확보하기 위해서 또는 문화적인 분위기만을 위해서 시작했다면 문화목회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구성원 간의 문화적 소통, 그리고 지역과 사회와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공적 공간으로서의 카페를 성육신적 공간으로 신학화하는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교회 건물에 딸려 있는 카페의 경우, 지역주민들과의 접촉을 넓히기 위해서 만들어지지만 정작 지역주민들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공간일 수도 있다. 기독교적 상징물이 과도하게 배치되었다거나 봉사하는 분들이 직접적으로 전도를 하려고 한다면 주민들로서는 부담스러운 곳이다. 녹번동의 성암교회나 대학로의 동숭교회의 카페가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공간이 된 것은 카페 고유의 목적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특히 성암교회의 '바오밥 카페'는 처음부터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이 있었기에 이름조차 주민들이 공모하여 채택된 것이라고 한다. 주민들은 마치 동네의 다방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카페를 드나든다. 최근 이 카페는 주민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이 카페는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꾸미는 마을역사 혹은 마을문화 전시를 카페 공간에서 진행하려는 계획도 있다. 
 
교회가 카페를 운영한다면 그 공적 공간에서 사람들의 생각을 교류하도록 하고 더 나은 관계, 더 좋은 문화를 형성하려는 통전적(wholistic) 선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설비도 중요하지만 카페의 콘텐츠도 그러한 목적에 맞게 구비되어야 한다. 정식으로 영업허가를 받고 전문 바리스타를 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이와 함께 문화목회적 콘텐츠에 대한 고려도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우리 교단 산하 문화법인에서는 문화목회를 지향하는 교회들이 카페에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개발하여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의 문화교회는 문화법인에 위탁하여 카페에서 운영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기획, 운영하려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동숭교회는 지역 특성 상 외부단체의 장소사용 요청이 많은데, 카페에서 연주회나 전시회, 작가 미팅 등을 공동기획하여 지역사회에 서비스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행사나 이벤트에 그치는 것보다는 지속적이고 가속적인 목표를 가지고 수행되어야 한다. 예컨대 인문학 교실을 진행한다고 할 때, 이는 유행처럼 다른 곳에서 하는 것들을 그대로 모방하기보다는 지역사회에 적합한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과거 문화교실처럼 공급자 중심의 나열식 프로그램은 지양하고 문화목회의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수요자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찾아내야 한다.
 
성석환 목사 / 도시공동체연구소장ㆍ동숭교회 문화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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