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년의 동행, 한국 교회와 숭실대학교

[ 논단 ] 주간논단

한헌수 총장
2013년 04월 04일(목) 09:41

안타깝게도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는 인정받고 존중되어야 할 수많은 가치들이 무너졌다. 더욱 우리 기독인들을 아프게 하는 것은 교회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국 교회가 지금까지 이끌어왔던 진리, 믿음, 신뢰, 배려, 공감, 헌신, 봉사, 자립, 애국 등과 같은 키워드들을, 이제 사람들은 교회가 아니라 사회단체나 개인에게서 찾으려 한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지난 1백16년 동안 한국 교회와 같이 성장하고, 한국 교회의 성장을 뒷받침 했으며, 한국 교회의 후원으로 성장한 숭실대학교도 같이 아파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한국 교회와 숭실은 한 몸이 되어 한 목표를 향해 걸어왔다. 숭실은 하나님의 나라를 사모하는 지도자들을 배출하여 이 세상을 하나님 나라로 바꾸어가겠다는 일념으로 설립되었다. 1897년 평양 숭실의 설립자인 배위량(William M. Baird) 선교사가 꿈꾸었고, 1954년 서울에 숭실대학을 재건한 한경직 목사님이 꿈꾸었던 이상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 꿈과 이상으로 인해 숭실은 한국 교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들을 배출할 수 있었고 한국 교회는 숭실대에 그러한 인재들의 교육을 의탁해왔다. 숭실을 지배한 이 숭고한 이념으로 인해 비록 총회가 1938년에 신사참배를 결의하였어도 이를 따르지 않고, 숭실은 자진하여 순교적인 폐교의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 정신을 이어받았기에, 비록 많은 대학들이 대학의 팽창을 목표로 편법적인 수단들을 동원하였어도, 서울에 재건된 숭실은 단 한 번도 그런 방법에 눈길을 주지 않고 순결을 유지해 왔다. 숭실의 역사가 이러했기에 지금 숭실대학교는 한국 교회가 처한 상황에 가슴 아파한다. 그리고 우리도 여기에 함께 책임을 지려한다.
 
한국 교회가 그러하듯이 숭실대학교도 성장통을 겪고 있다. 정부의 잦은 정책변화와 사회의 발전과정에서 설립자들이 꿈꾸었던 이념과 선배들이 지켜왔던 순결성을 얼마나 잘 유지하고 지키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있다. 불과 100여 명으로 시작한 재건 숭실대학은 지금은 1만8천명이 공부하는 학업의 장으로 변모했다. 현재 8만 여명의 졸업생들이 숭실의 숭고한 이념을 가슴에 새기고 사회로 진출했으며, 1천2백 여명의 목회자들이 한국 교회에서 헌신적으로 사역하고 있다. 이런 외적성장의 과정에서 대학 내부에서는 많은 이념적인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대학의 발전방향에 대한 이견들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한국 교회에 아픈 상처를 주기도 했고, 한국 교회의 아픈 현실로 인해 사회로부터 교회로 쏟아진 공격을 함께 당하기도 했다.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워지기도 했지만 숭실대학교와 한국 교회는 항상 한 몸이었다.      
 
오늘도 우리 숭실대학은 꿈꾼다. 한국 교회의 태동기부터 숭실대가 수많은 교회 지도자들을 배출했던 역사를 이 시대에 뒤이어, 오늘에도 이 사회의 능력 있는 지도자들을 배출하여 우리나라를, 그리고 세계를 하나님의 나라로 바꾸려는 이념을 최우선의 가치로 교육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한국 교회와 숭실대학은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꿈을 가진다. '진리와 봉사'가 또 다시 한국 교회와 숭실대학을 떠올리게 하는 키워드가 되기를 꿈꾼다. 한국 교회의 자녀들이 숭실대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구현하는 비전을 갖고 힘차게 세상으로 나아가는 꿈을 갖는다. 지난 1백16년의 동행이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그 날까지 계속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한헌수 총장/숭실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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