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 예화사전 ] 예화사전

김운용 교수
2013년 04월 03일(수) 17:39

2008년에 제작되어 국내에서도 개봉되었던 '노스페이스(North Face)'라는 독일 영화가 있다. 흔히 '노스페이스'하면 스포츠의류 상표를 연상하지만 원래 이것은 '산의 북벽'을 의미하는 독일어 'Nordwand'에서 온 것이다. 흔히 산의 북벽은 그늘진 경우가 많아 눈이 많이 오고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아 오르기 어려운데 영화는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알프스 3대 북벽 중 하나인 아이거 북벽을 최초로 오르려는 등산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토니 쿠르츠라는 등반가의 조난 사고를 그대로 옮겨놓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1936년 죽음의 북벽으로 불리는 아이거 북벽을 최초로 등반하기 위해 많은 산악인들이 산 아래로 모여든다. 암벽타기에 심취해 있던 독일의 작은 시골 출신 주인공 앤디와 토니 역시 등반을 지원한다. 산 아래 호텔에는 수많은 언론사들이 최초의 등정을 취재하기 위해 모였고 앤디와 토니는 탁월한 등반실력으로 선두에 나서지만 따라오던 오스트리아 팀의 부상과 기상 악화로 인해 난관에 빠지게 된다. 눈보라와 산사태로 인해 사투를 벌이는 산악인들의 모습은 두 시간 동안 시종일관 관객을 숨죽이게 만드는데 결국 허공에 매달려 토니가 생명을 잃는 조난 사고가 발생한다. 구조대와 3미터 거리를 두고 로프가 닿지 않아서였다. 구조를 위해 악천후 속에서 산에 올라간 여인은 결국 눈앞에서 사랑하는 연인이 죽어가는 것을 보아야 했다. 3미터의 로프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누구도 정복하지 못한 산을 오르는 인간의 성공스토리가 아니라 처절하게 실패한 산악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전정신과 산에 대한 열정은 감동적이지만 그들은 산을 오르는데 실패한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의 등산 목적에서 그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등반에 도전하면서 앤디는 그렇게 말한다. "나 자신의 존재와 능력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등산은 인간에게 한계성 인식과 겸허함을 갖게 해준다. 그래서 산은 겸허하게 다가가지 않고 정복하려고 하는 이들에게는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창조세계의 아름다움과 창조주의 위대함에 대한 경외감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과신하며 나아갈 때 미지의 땅은 쉽게 그 세계를 열어주지 않는다. 그것은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나아가는 곳에서는 하나님의 신비의 세계는 펼쳐지지 않는다.
 
목숨을 걸고 산을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나는 한 가지 사실이 있었다. 과연 나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하나님의 이름을 영화롭게 하는 일에 목숨을 걸고 있는가?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나는 과연 홀로 가고 있는가? 정호승 시인은 그렇게 노래한다.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말고 /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 봄 눈 내리는 보리밭 길 걷는 자들은 /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 / 꿈을 받아라…"

김운용 교수 / 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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