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를 믿습니다.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허호익 교수
2013년 04월 03일(수) 10:21

배교도 나쁘지만 분열이 더 나빠  

로마 황제 데키우스는 1년에 한 번 황제의 신상에 분향하지 않는 로마시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여 많은 기독교인들을 배교하게 만들었다. 251년 황제가 죽자 박해가 느슨해졌고, 박해 기간 동안 순교한 파비아누스 주교의 후임 선출을 앞두고 배교자 처리가 쟁점이 되었다. 코르넬리우스는 분향자일지라도 참회하는 경우 용서하자는 온건한 입장을 대표하였고, 노바티아누스는 '거룩한 교회'에 배교자가 들어 올 수 없다는 엄격파의 지도자였다. 코르넬리우스가 주교로 선출되자 엄격파들은 이에 불복하고 노바티아누스를 주교로 세워 로마교회가 분열되고 말았다. 신사참배 문제로 한국교회가 분열한 상황과 비슷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당시에 키프리아누스는 '공교회의 일치에 관하여'를 저술하여 "배교도 나쁘지만 분열은 더 나쁘다"고 주장하였다. 배교는 한 사람이 일시적으로 자발적으로 그리스도를 대적하는 것으로 '한 영혼이 한 번' 죄를 범하는 것이지만, 분열은 집단은 이루어 지속적이고 강제적으로 그리스도의 몸을 찢는 것이므로 '많은 영혼이 여러 번' 죄를 짓는 것이다. 배교자는 죄를 깨닫고 울며 회개하지만, 분열주의자는 자기 의를 자랑한다. 따라서 배교만이 비거룩한 것이 아니라, 배교자를 용서하지 못하는 불관용이 더 비거룩한 것이라 하였다. 비본질적인 차이와 다양성을 관용하지 못해 분열을 거듭해 온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경청해야할 교훈이 아닐 수 없다. 

WCC 총회, 전세계 공교회 성도의 교제

신약성경에는 지역의 개교회들과 더불어 '온 교회, 여러 교회, 모든 교회'가 등장한다. 이 땅 흩어져 있는 모든 교회를 '공교회' 즉 보편적 교회(catholic^universal church)로 개념화하여 사도신경은 '거룩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를 믿습니다'라고 고백한 것이다. WCC 헌장에 의하면 "성경이 증거하는 바대로 주 예수께서 하나님과 구세주이심을 고백하며 따라서 성부 성자 성령 한 하나님의 영광으로 부르심"을 받았음을 고백하는 모든 교회를 공교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본질적 신앙에 일치하는 전 세계의 모든 교회가 모여 공교회를 이루고 성도의 교제를 하며 공동의 소명을 이루려는 것이 WCC의 목적이다.
 
한국의 개신교회는 개교회주의가 강하여서 성장 위주의 목회, 교파의 분열, 교회의 양극화 등의 문제를 부추겨 왔다. WCC 부산 총회를 계기로 개교회주의의 근본적인 모순을 극복하고 공교회성을 회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공교회를 부정하는 이단들

지금 한국에는 많은 이단 집단들이 교회를 유린하고 있다. 이단에 해당하는 원어 하이레시스(hairesis)는 하나의 거룩하고 사도적인 공교회의 바른계통(othodox)에서 빗나가거나 분열하여 파당을 지은 무리라는 뜻이다. 따라서 모든 이단은 예외없이 정통교회에는 구원이 없다는 배타적인 교회관에 입각하여 공교회를 부정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일부 이단들이 교파분열의 틈새를 이용해서 WCC 부산 총회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였다고 한다.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는 이단이 아닌 한 비본질적인 신학적 차이는 과감히 관용하면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에 대한 사도적 신앙을 공고히 하고 전세계의 교회와의 화합과 일치, 연대와 협력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허호익 교수 / 대전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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