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 현장을 가다(1)

[ 선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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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3월 28일(목) 17:03

시리아 내전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요르단과 시리아의 국경지대에 있는 시리아 난민촌을 직접 방문했던 본교단 파송 요르단 선교사인 한사랑 선교사의 현장 르포를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자아타리 캠프, 시리아 난민 살이

'아랍의 봄'의 여파로 시리아 사태가 발발한지 만 2년이 됐다. 내전의 장기화로 인해 시리아를 벗어나 타국으로 피신한 난민들 수가 이미 87만 여명을 넘어서고 있고, 그들 중 28만 9천여 명이 요르단에 유입됐으며 그 수는 계속 늘고 있다.(UNHCR 2013년 3월 13일 통계).
 
시리아 사태의 내부적인 요인을 보면 이슬람 내의 분파들과 정치적인 상황들이 얽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알라위파를 위시한 시아파가 순니파에게 박해를 가하면서 순니파는 '자유 시리아군'(반군)을 조직했고 이후 벌어진 충돌이 내전으로 확대되면서, 현재까지 약 7만명의 시리아인이 사망했다. 더욱이 이번 사태로 인해 이슬람 원리주의자인 살라피스트들이 결집했고, 이들은 알카에다와 연관이 있는 '알-누스라 군'을 조직했다. 이들은 기존의 '자유 시리아군'을 능가하는 조직으로 점점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와중에 시리아인들은 내전을 피해 하루 1천5백명에서 2천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요르단으로 물 밀듯이 밀려오고 있다.
 
요르단 북부의 마프락 시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자아타리 캠프는 현재 가장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캠프 중 하나로 현재 약 13만명의 난민들을 수용하고 있다. 자아타리 캠프 안의 삶은 다소 거칠다. 밤이면 전기가 끊어질 때도 있고, 물탱크의 수가 적어 물 받으러 가는 일도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그나마 마실 물은 사 먹어야 한다. 며칠 전 한 시리아 난민가족의 텐트가 전소되어 성인 한 명이 사망했고, 두 자녀가 크게 다쳤다는 보도는 캠프 안의 삶이 얼마나 열악한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고향을 떠날 때 가족들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한 사람들은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서로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여성과 아이들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도움이 시급하다. 캠프의 정문을 들어서면 시작되는 중앙로의 양쪽으로 커다란 아랍시장(쑤크)이 형성되었고, 담배와 신발, 식료품과 가스통, 위성 안테나까지 당장 시급한 생필품들은 모두 구할 수 있다. 몇몇 가게들은 이미 벽돌을 쌓아 제법 가게의 틀을 갖추었고, 텐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함석판을 세우고 덧대어 자기구역을 만들고 있다. 난민들은 순서를 기다려 콘테이너(카라반)를 얻을 수 있는데, 캠프 안에서 만난 아흐마드(다라 출신, 59세)는 "손녀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며 집으로 배당받은 콘테이너 안에 가게를 차렸다. 때를 따라 사막의 먼지 바람이 심하게 불어도 아이들은 물을 길으러 가고, 급수차는 물을 채우기 위해 연신 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유니세프(UNICEF)가 설립했고, 바레인 정부가 지원하는 초등학교(만 5~11세)와 중등학교(만 12~17세)가 오전 8시에서 12시까지는 여자반, 오후 12시부터 4시까지 남자반으로 나눠서 운영되고 있다. 약 4천4백여 명의 학생들이 등록되어 있지만 출석율은 80퍼센트에도 못 미친다. 학교운영을 돕고 있는 자원봉사자 아흐마드(요르단인, 27세)는 "아이들을 가르칠 교육시설이 모자라 다른 부지에도 학교 건물이 지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학교수업을 마친 학생들의 뒷모습은 매우 허름해 신발이나 가방을 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텐트들 사이에는 학교에 가지 않고 놀고 있는 아이들도 간간히 보인다.
 
자아타리 캠프 안에는 약 4개의 의료시설이 운영되고 있는데, 프랑스 군병원과 이탈리아-요르단 군병원, 알제리 병원, 사우디 아라비아 병원이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마흐무드(시리아 외과의사, 34세)는 사우디 아라비아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데 "하루에 대략 2백명의 환자가 몰려들고 있어 일손이 매우 모자라다"고 호소했다. 움 제이드(여성ㆍ아동담당, 51세)는 "정신적 충격이 심해 글자쓰는 것을 잊어버린 환자를 도운 적이 있고, 부모님의 죽음이나 상처를 목격한 어린이들도 프로그램을 통해 내적인 상처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요르단으로 온 시리아 난민들은 대다수가 순니파 무슬림들이고 국경지역과 가까운 다라와 다마스커스, 하마, 홈스 지역의 피난민들이 대부분이다. 시리아 난민들과 함께 많은 구호단체와 NGO가 캠프 안에 자리를 잡으면서, 캠프는 또 하나의 사회로 자연스럽게 변화해 가고 있다.
 
캠프를 나오며 많은 이들이 차를 마시고 가라고 말을 건넸으나, 먼지 바람이 심해 오랫동안 차에서 내릴 수가 없었다. 요르단 마을로 이어지는 벌판에는 기관총을 장착한 장갑차 여러 대가 도열해 있었고, 포크레인은 캠프확장 공사로 바빴다. 도로로 이어지는 올리브 나무 밭에는 경찰들의 경비를 피해 들어오고 나가는 난민들이 간혹 보였다. 이들은 캠프 내에 수용되는 것을 싫어해서 가족과 친척이 사는 곳을 방문해 도움을 얻은 후 다시 캠프로 돌아오기도 한다.

한사랑 선교사(본교단 파송 요르단 선교사, 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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