걍 내비둬

[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 축복의발견

문단열
2013년 03월 28일(목) 16:49

6. 우리에게 왕을 주어 우리를 다스리게 하라 했을 때에 사무엘이 그것을 기뻐하지 아니하여 여호와께 기도하매 7.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이르시되 백성이 네게 한 말을 다 들으라 이는 그들이 너를 버림이 아니요 나를 버려 자기들의 왕이 되지 못하게 함이니라 8. 내가 그들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낸 날부터 오늘까지 그들이 모든 행사로 나를 버리고 다른 신들을 섬김 같이 네게도 그리하는도다 9. 그러므로 그들의 말을 듣되 너는 그들에게 엄히 경고하고 그들을 다스릴 왕의 제도를 가르치라 10. 사무엘이 왕을 요구하는 백성에게 여호와의 모든 말씀을 말하여(삼상 8:6~10)

사무엘은 이스라엘의 선지자이자 통치자였습니다. 이렇게 제사와 정치가 하나로 묶인 제도를 '제정일치'라고 하지요. 그런데 그의 아들들은 변변찮아서 아버지 만큼 존경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이것을 빌미로 이스라엘의 크고 작은 지도자들이 당시 국제적으로 세로운 유행이었던 '왕정제', 그러니까 왕을 세워 나라를 통치하게 하고 종교는 정치에서 분리해 내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을 강력히 올립니다. 사무엘을 언짢은 마음으로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그의 기도에 대해 하나님은 "그냥 뜻대로 하게 내버려 두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들은 소원대로 왕을 세우게 되는 데 그가 사울이었고 그 다음왕이 그 유명한 다윗 왕입니다.
 
이 일은 사실 정교분리의 정치제도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좀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원했던 것은 당시 국제정세의 대세였던 '왕정제'가 주는 '효율과 힘'이 었지만 그 영적 측면을 찬찬히 뜯어 보면 한 마디로 말해서 '하나님의 간섭이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무엘은 선지자였고 그의 통치는 하나님의 뜻을 물어 보는 것에서 시작해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그러니까 매사에 하나님과 동행하는 지도자였고 국가도 그의 길을 따라갔던 것이지요. 그런데 매번 하나님께 무엇을 아뢴다는 귀찮아질 때가 있습니다. 주위의 '잘 나가는'나라들을 보니 그들은 하나님을 섬기지 않고도 얼마든지 부강해지니 그들이 부러워 미칠 지경이 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백성들은 사무엘에게 '우리도 번거로운 하나님'을 버리고 '편리하고 이익이 되는 왕의 통치'를 받자고 난리를 친 것입니다.
 
사무엘은 '왕정제'폐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선지자의 통치는 '정부'라는 비대한 조직이 없이 기도 하고 협의하는 식이었지만 왕정제는 왕과 신하와 그의 친위대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왕의 궁과 사유지가 있어야 할 게 뻔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그에 들어가는 돈과 노동은 백성이 허리가 휘게 대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백성이 다 노예가 된다는 이야기이지요. 사무엘이 아무리 말려도 백성은 귀가 먹었고 주변 강대국의 부귀영화가 너무나 그럴듯해 보여 눈이 멀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국에 하나님은 '걍 내비둬'라고 하십니다. 도대체 왜 그러실까요. 하나님이 악을 허락할 때는 그것을 과정으로 쓰고 싶으실 때입니다.
 
결국 그들의 요구는 사울이라는 비극적인 인물을 탄생시키고 백성들은 그 첫 왕 아래에서 말로 다 못할 고단함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사울이라는 실패작을 통해 하나님은 다윗 왕을 찬란하게 세우십니다. 인간들이 요구한 인간적 욕심의 왕정제였지만 하나님은 하나님을 가장 사랑하는 동시에 통치에도 유래없이 탁월한 왕을 고난 중에 세우시는 결말을 연출하십니다. '악을 선용(善用)'하셨던 것이지요.
 
지금 내 주위에 하나님이 허락하신 악이 있습니까. 악이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데 하나님이 그것을 '그냥 두라'고 하셔서 의아한 상황입니까. 과정입니다. 하나님의 더 큰 계획을, 하나님의 숨겨진 비젼을 이루시고자 하는 더 큰 비젼을 향한 신비한 과정입니다. 악인과 싸우지 마십시요. 배후를 보십시요. 악인의 배후에 악마가 있지만 악마를 잠시 제어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이 이 모든 것의 배후에 계십니다. 그 분을 신뢰하는 날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문단열 / 성신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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