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삶이 연장되는 예배 공간의 활용

[ 문화목회 이야기 ]

성석환 목사
2013년 03월 28일(목) 14:59
문화목회를 위한 창조적 공간 운영-2-
 
요즘 문화목회를 지향하는 목회자들 중 공간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구성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 일단 지역사회를 위한 공간으로 교회를 개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페나 도서관의 용도로 단장하여 지역주민들에게 휴식공간이나 사색공간을 제공하려고 한다. 어떤 경우는 호응이 매우 좋아 활용도가 높고, 어떤 경우는 괜한 예산만 낭비하고 아무런 소통도 일어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역사회를 위한 공간운영이나 문화적 활용의 문제는 추후 다시 집중해서 다루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를 위한 공간이라면 주민들과 지역사회의 필요에 맞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무시하고 그저 교회가 보기 좋게 만들어 놓으면 이는 창조적 문화목회가 아니라 오히려 지역주민을 끌어들이기 위한 장치로 오해를 받게 되어 별다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교회의 담을 허물어 생기는 작은 공터나 여유 공간이 있다면 꽃밭을 만들어 교회학교나 부서별로 관리하도록 해 보자. 실제로 순천중앙교회는 벌써 오래 전에 이렇게 담을 헐어 화단을 만들어 지역과 공유하고 있다. 간단한 것이지만, 주차장과 같은 공간은 주중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3년여 전 지역사회가 주차장을 공유하기 원하는 필요에 있다는 사실을 지역조사를 통해 알게 된 동숭교회는 그 후 다양한 협조요청에 개방하고 있다.
 
소위 '이머징 처치'라 하여 카페나 클럽 등 과거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곳에서 예배를 드리는 공동체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예배를 드리는 본당에 대해서도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예배당은 다른 공간과 구별되어 하나님의 임재를 느낄만한 신비와 초월의 상징적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에는 추호의 이견이 없다. 다만 오로지 예배만을 위해 그렇게 큰 공간을 유지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사람들의 일상적 삶이 연장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하나님을 경험하는 신비한 공간이 공존하는 교회는 예배 공간 역시 성속의 만남과 교차를 창조적으로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회, 전시회, 강연회 등을 통해 예배라는 거룩한 행위가 이뤄지는 공간임과 동시에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활동이 가능한 공간이라는 인식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창조적 성찰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요즘 교회마다 극장이나 카페를 교회 건물 안에 두려고 한다.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롭게 교회를 건축하여 극장이나 카페를 한 건물 안에 두려고 하지 말기를 권한다. 그러다가 재정적 문제를 겪는 교회도 많이 봤기에 그런 문화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교회를 새로이 지을 이유가 없다. 동네나 지근거리의 건물을 매입하여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문화목회의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꼭 덧붙이고 싶은 것은, 교육관이라 칭하는 교회학교 공간에 대해서다. 이 공간은 반드시 디자인적 개념이 들어가야 한다. 자라나는 다음 세대에게 그저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창조적인 상상력이 자극받을 수 있도록 만들기를 권한다. 또 디자인 컨셉도 주기적으로 교체해 주어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대부분의 교회들이 부처 간 협조가 어려워 시도하지 못하는데, 공간을 분기별로 서로 바꾸는 것이다.

만약 재정도 넉넉하지 못하고 공간도 협소하여 그런 시도를 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교회라면 다음 세대를 위해 과감히 본당을 창조적인 상상력과 배려로 충만하게 하자. 중세교회의 모자이크나 성화, 이콘(icon)들이 바로 그러한 기능을 했다. 교회 외부의 벽면은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교보문고 식'표어를 적어 걸어보자. 그러다보면 우리의 젊은이들이 다시 새로운 환상(vision)을 보게 되는 놀라운 일들이 넘치게 될 것이라 믿는다(욜 2:28).
 
성석환 목사 / 도시공동체연구소장ㆍ동숭교회 문화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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