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부산총회를 준비하는 부산장신대학교(1)

[ 선교 ]

배현주 교수
2013년 03월 22일(금) 13:43

에큐메니칼 지도력 훈련의 계기
 
부산이 세계교회협의회의 역사적인 총회 개최지로 선정되었을 때 세계교회협의회 한국회원 교단의 신학대학으로서 유일하게 부산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부산장신대학교의 교수들은 매우 놀랐고 감사했으며 동시에 '거룩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개최지의 이름과 함께 기억되는 세계교회협의회의 역대 총회의 관행에 따라 제10차 총회는 세계교회사에 '부산총회'로 길이 기억되게 되었으니 이는 얼마나 놀랍고 감사한 일인가. 한국에 복음을 전한 선교사들이 첫 발걸음을 내딛었던 항구도시 부산은 이제 세계적으로 가장 공신력이 있는 기독교기구인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총회의 역사적 개최지가 되어 세계인들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그러나 한편 부산은 복음화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할 뿐만 아니라 세계교회협의회 한국회원교단들의 교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이기도하기 때문에 부산에서 총회를 치르는 일은 큰 도전으로 느껴지기도 하였다.
 
2012년 가을에 부산장신대학교 자체적으로 'WCC 모의총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마침 한국을 방문 중인 WCC 금주섭 목사(세계선교와 전도위원회 총무)와 마틴 로브라 목사(21세기 에큐메니칼 운동 프로그램 총무)가 주강사로 초대되었다. 이 모의총회를 통해 학생들은 2013년 부산에서 함께 모일 지구촌 전 대륙들의 생명과 평화를 위해서 기도했고, 에큐메니칼 주제로 성서 연구를 했으며, 에큐메니칼 밴드를 조직해서 평소에 익숙치 않았던 세계교회의 에큐메니칼 찬송들을 불러보기도 했다. 예배와 강연에는 본교단 목사들만이 아니라, 감리교, 성공회, 기독교장로회, 정교회 등의 성직자들이 함께 참여했는데, 특히 신앙과 일치 시간에 초청받은 부산성모희보성당(그리스 정교회)의 한의종 신부의 강연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칠십인역 성서를 전공한 부산장신대학교의 구약학 김정훈 교수와 한의종 신부 간에 동방정교회에서 정경으로 사용하는 칠십인역 성서의 한글 번역을 위한 공동의 노력 문제가 논의되기도 했다. 한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부산의 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함께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하는 평화 이야기마당, 평화예배, 평화콘서트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평화콘서트는 평화 노래꾼 홍순관 집사의 무대였는데, 학생들은 성서, 신앙, 시, 이야기, 역사가 함께 어우러지는 새로운 기독교 음악과 찬양의 문화세계에 매우 좋은 반응을 보였다.
 
'WCC 모의총회'가 개최되는 기간, 부산장신대학교 본관 앞의 열 두 기둥 앞에서는 천막을 치고 간이 '마당' 행사를 개최했다. 올해 WCC 총회 기간 중 열릴 '마당'은 함께 어우러지는 만남과 축제의 한국적 공간 개념인 '마당'의 정신으로 준비된다. 워크숍, 전시, 부대행사 등을 통한 마당 프로그램을 통하여 회원 교회들의 에큐메니칼 활동에 대한 이해를 한층 심화하고 구체적인 교류를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부산장신대학교 'WCC 모의총회'에서는 부산지역에서 기독교 정신에 입각하여 생명 정의 평화를 추구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섬기는 기독시민기관들을 초청하여 작은 마당을 마련하였다. 궂은 날씨에 바람까지 세게 불어 천막행사가 교내행사로 바뀌게 되었지만, 부산지역에서 기독교 정신으로 빛과 등대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기관 담당자들이 이 행사를 뜻깊게 만들어 주었다.(참가단체: 부산YMCA, 부산YWCA, 생명의 전화, 노숙인 쉼터 금정 희망의 집, 결혼이주민여성들을 위한 다문화 센터 라함, 동구 쪽방 상담소, 성서부산, 부산교회개혁실천연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2012년 부산장신대학교 'WCC 모의총회'가 끝난 후 시종일관 열심히 참여하였던 한 학생은 21세기 한국교회의 신학도로서 공부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있다는 것과 그동안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는 겸허한 고백을 하였다. 그러나 지금도 부산장신대학교에는 고신과 합동 교단에 속한 지역교회 출신으로서 WCC에 대하여 부정적인 학생들이 적지 않다. 본인이 성장한 교회에서는 WCC를 반대하는데 학교에서는 WCC를 적극 후원하는 모순된 모습 속에서 '인지 부조화'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로 하여금 이 기회를 신앙적 성숙과 신학적 성찰력의 증진의 기회로 삼아서 새 시대에 걸맞는 성숙한 에큐메니칼 지도력 훈련의 계기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돕는 교육적 과제가 교수들의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에 대한 용기, 겸허한 배움과 성찰의 자세,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 건설적인 비판과 열린 대화, 그리고 세계의 구원과 평화를 위해 인류의 교사로 부름받은 교회의 성서적 정체성에 대한 자각 등이 학생들에게 필요하리라 느껴진다. 21세기 하나님 나라 운동의 주역으로 또한 교회의 지도자들로 부름받은 신학도들과 기독청년들은 세계의 양심으로 일해 온 WCC의 역사와 활동 속에서 귀한 영감과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배현주 교수 / 부산장신대학교ㆍWCC협력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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