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향한 창조적 공간 활용

[ 문화목회 이야기 ]

성석환 목사
2013년 03월 21일(목) 16:07
창조적 공간과 문화목회
 
건축은 공간을 창조해 내는 작업이다. 건축을 통해 건물 내부와 외부로 구분되고, 그 공간의 구분에 따라 다른 삶이 구성된다. 그래서 건축은 그 안에서 살아갈 사람이 어떤 삶을 살 것인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건축은 인문학적 작업이다. 건축이 단지 토건이나 토목공사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건물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고, 그 안에 역사가 있고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건축가 승효상을 통해 배운 생각들이다.
 
이런 생각은 문화목회를 구상하고 실천함에 있어 너무도 중요한 통찰을 제공해 준다. 꽤 많은 재정을 들여 교회당을 짓고 내부를 꾸미면서도 오로지 드러나는 모양새와 규모에만 집착하는 교회건축물을 너무 많이 봐 온 터라 문화목회는 공간에 대한 신학적 통찰과 공간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가 반드시 필요함을 강조하려고 한다. 여기에 더해 ‘거룩’과 ‘숭고’의 아름다움까지 필요한 초월적 공간이니 이 얼마나 창조적 발상이 필요한 곳인가!
 
문화목회의 관점에서 교회의 공간은 신과 인간,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세상이 교차하고 소통하는 공간이다. 교회공간을 창조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효율성이나 활용도를 높이려는 기술적 차원만이 아니고 바로 그러한 소통과 교제가 문화적으로 실천되도록 고안(design)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그 공간을 점유하고 활용하는 이들의 사회적 관계가 상호적이며 공동체적일 수 있도록 고려(reflection)하는 것이다.
 
최근에 이렇게 새로운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하여 창조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는 사례들이 교회 밖에서는 많아지고 있다. 얼마 전 소셜미디어 그룹 '사람바이러스(Saramvirus)'에서 온라인으로 전한 사진 한 장이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호주인의 독서습관을 연구해본 결과 3명 중 1명은 휴가 기간에 책을 읽는다는 사실을 분석한 조립식 가구회사 이케아(IKEA)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해변에 팝업 도서관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해변이 도서관이 되었다.
 
서울시는 공유경제 캠페인을 한참 벌이고 있는데, 지난 3월 17일 일요일에 광화문 광장의 한 쪽 도로를 차단하고 '사회적 경제 장터'를 열었다. 수만 명이 다녀갔고 호응이 좋아서 앞으로 더 자주 이런 장터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요즘 서울시는 서울이라는 공간을 다시 디자인하고 있는데, 작은 공터를 꽃밭으로 만들고 도시농업을 위한 밭을 일구고 있기도 하다. 공실건물들을 시민들의 필요에 따라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개방한다고 한다.
 
해변에 창조적인 디자인의 책장을 놓음으로써 해변은 바닷가에서 사색과 성찰의 공간으로 변한다. 더구나 창조적인 기업으로 알려진 이케아(IKEA)의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언제나 복잡하고 매연에 찌들었던 광화문 광장이 사람들의 삶의 한 공간으로 변했다. 물론 전시성 행사의 측면도 없지 않지만, 이날 행사에 참여하여 자신의 물품과 다른 이들의 물품을 구매하고 판매해 본 이들에게는 광화문은 그거 역사적 기념공간만이 아닐 것이다.
 
주방장의 조리실, 은행창구, 동사무소의 창구 등 예전에는 모두 가려져 있거나 턱이 높아 넘어볼 수 없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모두 고객과 민원인들에게 개방되어 있어서 공간적으로 피차 분리되지 않는다. 칸막이 문화에서 소통과 교류의 문화로 변화되는 일은 공간의 변화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해변이나 광화문의 변화는 곧 사람과 사람의 교류를 통한 소통영역의 확장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것이 문화를 더 풍요롭게 하는 자양분이 된다.
 
문화목회는 이처럼 교회공동체의 소통을 공간적으로 보장하고 단지 교회건물을 단지 종교적 목적으로만이 아니라 신앙생활과 일상생활의 교류를 구조화하는 일을 중요하게 다룬다. 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교회와 지역사회의 공유공간이 자연스럽게 발생하도록 기획하는 것이다. 자물쇠로 채워져 닫혀 있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과 억지 없이 맞닿아 지역의 삶이 연장되는 공간 말이다. 그러자면 창조적인 발상과 유연한 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성석환 목사 / 도시공동체연구소장ㆍ동숭교회 문화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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