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서 부산까지, 화해와 평화 위해 달린다

[ 선교 ]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3년 03월 15일(금) 09:23

오는 10월 8일 베를린 중앙역 출발, 모스크바 거쳐 대륙 횡단
露 정교회 적극 협력ㆍ 中 삼자교회 일정 조율 중 … 평양역 도착이 최대 관건
"세계교회, 분단 현실 인식하고 한 마음으로 기도" 의미 깊어
 
독일 통일의 심장 베를린을 출발,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를 거쳐, 광활한 대륙을 횡단해, 북한의 평양을 지나 부산에 도착하는 '평화열차' 프로젝트가 해외교회의 협력과 국내 주요교단들의 관심 속에 순항하고 있다.
 
WCC 10차 부산 총회와 관련해서 한국교회가 공동으로 참여해 준비하고 있는 행사 중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될 평화열차 프로젝트는 지난 2월 25일~3월 1일까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와 본교단 총회장 손달익 목사 등 한국교회 대표들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정교회 키릴 대주교 등 지도부와 만나 "러시아정교회가 평화열차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인 협력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관심이 고조되는 것만큼이나 평화열차에 대한 세계교회의 관심은 오래 전부터 뜨거웠다. 이미 독일복음주의교회(EKD)는 교단 내에 평화열차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베를린에서의 컨퍼런스와 참가자들에 대한 편의제공 등 다각도의 협력을 결정하기도 했다.

 

   
 

 
당초 WCC 본부가 이 프로젝트에 대해 직접적인 참여를 유보하면서 "과연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있었지만 총회를 고작 2백여 일 앞둔 이때, 평화열차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교회들의 관심 속에서 큰 행보를 내딛고 있다. 평화열차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사항들을 점검하고 과제도 짚어본다.
 
<베를린부터 부산까지, 일정은 어떻게 되나>

'1만3천km'. 베를린에서 서울까지의 대략적인 거리다. 오는 10월 6일, 베를린 중앙역을 떠난 기차가 최초로 향하는 곳은 바로 러시아의 모스크바다. 하지만 평화열차 참가자들이 베를린에 모이자마자 러시아로 향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EKD를 비롯해서 WCC 총회 한국준비위원회와 교회협 화해통일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평화열차 위원회는 베를린에서 평화 세미나와 함께 베를린 남서쪽의 브란덴부르크에서 촛불예배, 과거 분단시절의 현장 순례 등 3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에 8일에 기차에 탑승해 대장정에 나선다.
 
이후 평화열차는 10일 러시아정교회 교인들의 환대 속에 모스크바에 도착해 3일 간 머무르게 된다. 이 기간에 참석자들은 러시아정교회와 함께 평화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현지 교회를 탐방하는 등 현지 일정을 소화한 뒤 12일 대륙횡단의 중간 기착역인 이르쿠츠크로 떠난다. 본격적인 대륙횡단에 들어서게 되는 평화열차는 이날부터 16일까지 4박 5일 간 쉬지 않고 평화의 여정에 나선다. 현재 준비팀은 이 여정 중 기차 안에서 진행할 각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며, 평화열차에 승선한 전 세계 에큐메니스트들이 본격적으로 교제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6일 이르쿠츠크에 도착한 기차는 이곳에서 3일 간 정차해 현지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중국 북경을 향해 4일 간의 새로운 장정을 시작한다. 21일 북경에 도착해 24일까지 중국교회들과 컨퍼런스와 답사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인 평화열차팀은 현재 구체적인 일정을 중국 삼자교회와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부터 평화열차의 도전이 시작된다. 현재 계획으로는 열차는 25일 북한의 수도 평양으로 방향을 잡을 예정이지만 이 부분은 현재 많은 변수들이 있는데다 남북관계가 최악의 경색국면에 들어서면서 누구도 성사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만약 평화열차가 무사히 평양역을 지나 총회가 열리는 부산에 도착할 경우 참석자들은 분단 이후 기차로 북한을 완전히 관통해 한국으로 입국하는 최초의 민간인들로 역사에 기록된다.
 
현재 준비팀은 평화열차의 코스를 △베를린~모스크바(참가비 미화 1천불) △모스크바~베이징(1천7백불) △베이징~부산(1천불) △베를린~부산(3천3백33불) 등 4개 구간으로 나눠서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베를린으로는 개인적으로 집결해야 하고 부산에서 귀국하는 것도 자부담이다.
 
<어떤 방법으로, 누가 참가할 수 있는가>
 
평화열차 위원회는 지난 13일 세계교회협의회 회원교회를 중심으로 전 세계 8백여 개 교회로 참가 신청서를 일괄 발송했다. 현재 준비팀은 참가자가 1백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이중 절반 정도는 국내에서 모집하고 나머지 참가자들은 세계 각지에서 모집한다는 방침이다. 참가 자격은 다양한 국가에서 온 참가자들과 20여 일 동안 함께 생활해야 하는 것을 감안해 최소한의 어학능력과 장시간 기차여행을 할 수 있는 건강만 있으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 이번 평화열차 일정은 앞서 소개한 대로 구간별 참가도 가능하고 전체 일정 참가도 가능한 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
 
<남아있는 과제는>
 
 

   
 

과연 북한 국경을 넘어 평양역에 도착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평화열차 프로젝트의 최대 관건이다. 지금처럼 남북한의 관계가 경색되어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아직 10월까지는 시간이 남았고, 러시아정교회와 EKD 등도 발벗고 나서고 있는 만큼 아직까지 성공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있다. 이미 러시아정교회와 EKD는 평양에 있는 러시아와 독일 대사관을 통해 지속적으로 북한을 설득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아직까지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중국 삼자교회가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도 평화열차 성공의 중요한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북한을 지날 수 없다고 하더라도 평화를 지향하며 전 세계가 대장정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공감대도 분명 있다.
 
EKD 아시아 담당 국장 폴 오펜하임 목사는 "북한을 혹 못가더라도 남북한이 오랜 세월 분단된 현실을 느끼고 세계교회가 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기회로 삼는것 만으로도 평화열차의 의미는 크다"면서, "통일된 한반도를 꿈꾸며 이런 큰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것 자체가 역사적인 일이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