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봅시다

[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 축복의발견

문단열
2013년 03월 13일(수) 15:08

이같이 이스라엘 자손이 안식일을 지켜서 그것으로 대대로 영원한 언약을 삼을 것이니(출 31:16)
 
안식일을 지킴에 관하여 성경은 의아할 정도로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십계명에 적힌 것이 다가 아닙니다. 구약에서부터 예수님이 이후에 기록된 신약에 이르기까지 그 후로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성경에서는 안식일을 언급합니다. 게다가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그 횟수의 허다함 뿐 아닙니다. 오늘 본문의 바로 앞절에는 '안식일에 일하는 자는 죽이라'는 놀라운 구절까지 나옵니다.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도데체 '쉼'은 인간에게 무엇일까요.
 
우선 이런 것을 생각해 봅시다. 안식일에 관한 그리스도인의 일반적인 생각에는 헛점이 있습니다. 우선, 우리는 안식일은 하나님을 위한 날이라고 배웠습니다. 하나님은 엿새동안 세상을 말씀으로 창조하시고 이레 째 되는 날에 쉬셨습니다. 그것이 성경이 말하는 안식일의 근거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면 안됩니다. 세상을 '말씀' 하나로 창조하시는 분이 뭐가 피곤하다고 쉰단 말입니까. 그분에게 근육통이 있습니까. 감기 몸살이 있습니까. 그분은 인간이 아니십니다. 하나님에게는 안식이 필요없습니다. 안식일을 지키라는 것은 100퍼센트 인간을 위한 것입니다. 우리가 절대적으로 쉬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역설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안식일을 지키지 않으면 죽이라'는 말씀은 '안식일을 지키지 않으면 죽는다'와 '자신만 죽는 것이 아니라 타인도 죽게 한다' 그래서 '그런일이 일어나기 전에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 자가 있으면 막아야 한다'는 말의 축약형인 것입니다.
 
두번째는 '일'과 '안식'의  순서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쉼'이 먼저입니다. '일, 월, 화, 수…'입니다. '월, 화, 수, 목…'이 아닙니다. '일을 했으면 쉬어야 한다'가 아니라 '많이 쉬었으니 일하자'가 맞습니다. 왜일까요. '쉼'은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배터리는 태어날 때부터 충전되어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문자 그대로 우선 충전되지 않으면 방전할 수 없습니다. 사람이 어린 시절에 일하고 청년이 되어서 쉬나요. 우린 어린시절 오랫동안 놀고 청년이 되어서야 일을 합니다. 준비 없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없고, 일부터 하면 우리는 기필코 길을 잃고 지치게 됩니다. 안식일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주신 인생의 준비 시간'입니다.
 
안식이 '준비'라면 그 준비의 내용은 무엇일까요. 이 또한 의외일 수 있습니다. '준비'로서의 안식은 세 가지 내용을 가집니다. 첫째, 안식은 '조율 행위'입니다. 내가 가는 길이 하나님이 나를 위해 예비하신 길과 맞는지를 맞추어 바로 잡는 행동입니다. 바로 예배와 기도입니다. 조율하지 않고 연주하면 공연을 망칩니다. 조율 없이 일만 하면 인생을 망칩니다. 두 번째는 '유희행위'입니다. 인간은 놀이 속에서 쉼을 얻습니다. 방에서 뒹굴면 육체가 쉬지만 친구들과 뛰어 놀면 마음이 새 힘을 얻습니다. 아이들은 놀이 속에서 훗날 쓰일 능력을 획득하고 어른들은 놀이 속에서 무거운 의무를 수행할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세 번째 행위는 '감사행위'입니다. 감사는 '내가 받은 복을 확인하는 행위'입니다. 복인줄 모르는 복은 절대 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감사를 생략하면 보람이 생략됩니다. 돈을 벌어도 통장을 확인하기까지는 자신이 가치있는 일을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조율', '유희', '감사'가 안식입니다. 그러니까 예배하고, 놀고, 고마워 하는 것이 없으면 우리는 인생의 무거운 짐들을 지고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다른 어떤 일보다 먼저입니다. 그래서 예배는 주초에, 큐티는 아침에 시작되는 것입니다. 쉬고 일하십시요. 일하고 쉬지 말고.

문단열 / 성신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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