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허브가 되는 문화목회

[ 문화목회 이야기 ]

성석환 목사
2013년 03월 13일(수) 15:06
교회 안의 자원을 흘러보내라
 
온통 부정적인 비판과 절망적인 소식에 지쳐가는 한국교회에 창조적인 상상력과 희망의 도전이 필요한 시기이다. 창조적인 문화목회는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허브와 같은 역할을 감당해 보자는 취지도 담겨있다. 물론 비즈니스 모델인 HUB와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겠으나 이 차이는 그러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게 하는 차이가 아니라 오히려 더 탁월하게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질적 차이인 것이다.  
 
좋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함께 모여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과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지역사회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사회적 자본을 확장하도록 한다. 허브는 아무런 형식이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서로 연결하여 협력하도록 돕는다. 교회가 만약 지역사회의 좋은 자원들과 생각들을 연결하는 허브가 될 수 있다면 그야말로 21세기에 가장 필요한 창조적인 문화목회의 모델일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요즘 많은 교회에서 카페를 건물 내에 설치하고 있는데, 이 공간을 단순히 커피와 차를 마시고 교제하는 공간으로만 활용하는 것을 넘어 창조적인 생각을 나누고 구체적인 실현가능성을 확인하는 공간으로 운영한다면 훨씬 역동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공간이 주는 창조적 자극은 필요를 해결하는 새로운 발상과 상상을 동원하게 한다. 허브가 세계 곳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바로 모두를 위한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치도록 자극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서울 허브에서 확인한 바로는 그렇게 새로운 발상으로 창업을 하고 비전을 공유하는 이들 중 많은 수가 기독청년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들이 필자에게 보인 조심스러운 반응은 교회에서는 자신들이 허브에서 활동하는 방식으로 하기 어렵고 그저 주어진 틀에서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가는 것이 편하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참 아까운 자원들을 교회가 놓치고 있는 것이다.
 
또 교회 안에는 무수히 많은 전문가들이 있는데 이들 중 대부분은 자신의 전문적 역량을 신앙활동과 연결시키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교회를 출석하곤 한다. 비즈니스 허브의 경우 그러한 전문인력을 동원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다. 그래서 입주한 기업체에게 도움이 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회야말로 지역사회를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과 청년들의 모험적 상상력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허브가 아니겠는가?
 
지역사회의 창조적 변화의 허브가 되는 교회, 그런 교회의 창조적인 문화목회를 상상해 본다. 교회의 자원들이 교회 외부의 자원들과 연결되어 지역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창조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협력하도록 하는 교회, 그 교회는 문화목회를 훌륭하게 수행하는 교회일 것이다. 교회 안으로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안의 모든 자원을 오히려 외부로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 문화목회의 중요한 동기인 것이다.
 
외국에 가서 보기 어렵다면, 서울의 허브공간을 한번 다녀 오기를 추천한다. 교회의 청년들과 함께 다녀오면 좋겠다. 그리고 어떻게 서로 협력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는지 살펴보시기 바란다. 아직 설 익고 세련되지는 못했지만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창조적인 상상력을 펼치는 이들을 만나보기 바란다. 문화목회를 지향하는 목회자라면 더더욱 추천하며 그곳에서 열리는 세미나도 들어보기를 권한다
 
성석환 목사 / 도시공동체연구소장ㆍ동숭교회 문화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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