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영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 칼럼

박영득 목사
2013년 03월 12일(화) 17:06

얼마 전 한국교회 언론회 주최로 '한국교회를 위한 긴급 제언'이라는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에서 발제자들은 한국교회의 오염된 교단 정치가 한국교회를 타락시키고, 한국교회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하였다.
 
오늘날의 교단 정치는 실로 세상 정치보다 더 타락한 정치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총선 때 지역 국회의원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었다. 선거 중에는 국회의원이 밥 한 그릇도 살 수 없는 구조다. 세상 정치는 지도자를 세우는데 돈을 한 푼도 쓸 수 없는데, 우리 교단 정치는 총회장이 되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돈을 쓰고 있다. 정치꾼들이 있어서 표와 돈을 바꾸고 있다. 정치를 하기 위해 총대가 되려고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얼마 전에 총회에서 공문이 왔다. "교회문제를 사회법정으로 가지고 가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많은 목회자들은 총회 재판국을 신뢰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교회문제를 사회법정으로 가지고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총회 재판국은 제대로 재판하고 있다는 신뢰를 잃어버렸다. '정치 목사', '정치 장로'들이 정략적으로 부서에 들어가 돈 봉투를 받는다. 돈 봉투가 재판의 승패를 결정한다. 세상 재판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 교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신앙도 양심도 없다. 하나님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헌신짝처럼 버린다. 실로 세상보다 추악한 정치행태다.
 
지금 한국교회는 정치의 영에 포로가 되었다. 교단도, 교회도, 목사도, 장로도 정치의 영에 포로가 되었다. 파이샬 말릭(Faisal Malick)이라는 사람이 '정치의 영'(the political spirit)이란 책을 썼는데, 이 책에서 필자는 정치의 영을 '대의를 추구하는 모습으로 가장한 영'이라고 정의하였다. 정치의 영이란 '천사'를 가장한 '사탄'이라는 말이다. 사탄은 죽이는 영이다. 아담과 하와를 죽였고, 지금도 수많은 영혼들을 죽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오늘의 정치의 영은 한국교회 안에 들어와 정치꾼을 만들어 교단을 죽이고, 교회를 죽이고, 목회자를 죽이고 있다. 이 정치의 영은 사람들을 조종하여 윤리 기준을 상실하게 만들어 자신의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서 무엇이든지 한다. 입으로는 성경을 말하면서 정죄하고 판단하고 죽이는 일들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그래서 교단이 타락하고, 교회가 타락하고, 당회가 타락하고, 목사와 장로가 타락한다.
 
우리는 기억하자. 정치논리가 하나님 앞에 바로 서는 일보다 중요해지기 시작할 때 교회는 정치의 영의 먹잇감이 되고 말 것이다. 예수님은 정치의 영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바리새인의 누룩과 헤롯의 누룩을 주의하라."(막8:15) 바리새인의 누룩과 헤롯의 누룩은 정치의 영이다.
 
오늘 한국교회는 '정치의 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모두 하나 되어 '정치의 영'에 묶여 있는 한국교회를 구해내야 할 것이다. 자신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하나님을 위한 거룩한 정치'를 세워 나가야 할 것이다.

박영득 목사 / 큰빛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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