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쪽방촌 사람들 이웃되어 섬깁니다

[ 교단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3년 03월 07일(목) 10:34
대전노회 새나루교회
 
대전역 반경 5백터 안에는 쪽방이 1천4백여 곳이 넘는다. 이곳에는 현재 8백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은 경제상황이 조금이라도 악화되면 바로 노숙인으로 전락할 수 있어 잠재적 노숙인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자립하지 못하고 다시 노숙인으로 전락해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이들이 어려울 때 포기하지 않도록 옆에서 친밀하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물질적 정신적인 측면의 도움을 제공해주어야만 한다.

   
 
대전 지역의 노숙인들과 쪽방 거주민들을 위해 지난 19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식사를 대접하고 이들의 고단한 삶에서 회복이 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온 교회가 있다. 바로 대전노회 새나루교회(김수택 목사 시무)다.
 
새나루교회는 원래 신탄진에 개척되었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으로 인해 교회건물도 잃고 교인들도 뿔뿔이 흩어져 유명무실한 상태로 있다가 1994년 5월 김수택 목사가 부임하면서 오늘의 위치에 자리잡았다.
 
김 목사의 부임과 동시에 '새나루 나눔의 집'이라는 간판을 걸고 무료급식을 시작한 새나루교회는 이후 노숙인 무료급식과 결식아동 무료급식 이외에도 결손가정 자녀 지도, 방과후 학습지도를 하는 '삼성지역아동센터'를 설립하고, 실직한 가정을 돕고, 쪽방 지원 사업을 펼치는 실직가정지원센터까지 위탁경영을 하게 되면서 '새나루공동체'로 발전했다.
 
새나루공동체의 일과는 식사준비로 시작해서 설겆이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나루 나눔의 집에서는 매일 1백70~1백80명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또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장애인, 나이 많은 어르신 등 몸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매일 40여 개의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02년부터는 지역의 결식아동 30여 명에게도 급식을 지원한다. 이렇게 19년 동안 식사를 대접한 인원을 합산하면 2백만 명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하루에 2백30여 명의 인원에게 매일 급식을 제공하는데 1년에 식재료비만 1억 4천만원이 듭니다. 만만치 않은 일이지요. 주일에도 우리 교인들은 9시에 교회와서 예배 드리고는 오후 2시까지 급식 봉사만 하다가 가요.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요. 허드렛일을 마다않는 우리 직원들과 교인들은 정말 공동체의 보배들입니다."
 
본교단 노숙인 사역자들의 협의체인 예장노숙인복지회(이사장:전덕열)에서도 맏형인 김 목사는 원래부터 노숙인을 섬기는 특수목회를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지난 1994년 당시 47세의 나이로 뒤늦게 신학을 마치고 목사 안수를 앞두고 있던 김수택 목사에게 '일하는 예수회'가 대전에 위치한 새나루교회에서 사역해줄 것을 부탁했다. 사실 일반 목회를 마음에 두고 있던 김 목사는 이 제안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기도를 거듭하면서 하나님의 부르심임을 확신하고 겁없이 이 일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 목사는 "대전노회에 새나루교회가 등록되어 있긴 했지만 교인 한 명도 없고, 건물도 없었다"며, "6백90만원 잔금이 남아있는 교회의 통장을 주며 새나루교회를 재건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회상한다.
 
부임하기 전 미리 내려가 교회가 세 들 곳을 살펴보니 달동네에 청소년출입금지 구역, 쪽방촌 밀집 지역이었다. 보증금 4백만원에 월세 20만원 건물을 계약하고, 숟가락, 냄비, 솥 등을 산 후 무작정 급식을 시작했다. 10평 남짓한 슬레이트 지붕에 '새나루 나눔의 집'이란 간판을 걸고 사역은 시작됐다. 처음에는 60~70명 정도의 사람들이 찾아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그 수가 2백 명을 넘게 됐다. 당시에는 후원금도 별로 없어 무조건 하나님이 책임지시겠지 하는 마음, 다시 말해 '무대포 정신'으로 사역에 임했다. 당시 매일 하던 기도가 "내일 아침 오전까지 급식을 위해 필요한 10만원이 입금되게 해주세요"였다고.
 
   
비록 하루 하루 기적처럼 사역을 이어가기는 했지만 새나루공동체는 어르신 무료급식에서 방과후 아동지도, 실직가정 생계지원, 이미용 무료봉사, 한방무료진료, 사랑의 도시락 나누기, 푸드뱅크, 어르신 문화교실 등 사역의 범위를 확장시켜나갔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새나루공동체는 입주한 건물이 철거되고, 경매에 붙여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갈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을 여러 차례 겪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2006년 대전 동구 정동의 현 위치에 건물을 구입해 정착하게 된 것. 비록 아직도 은행에 원금과 이자를 갚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소중한 보금자리를 갖게 된 것만으로도 김 목사는 너무 기쁘다고. 김 목사는 자신을 가리켜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목회자"라고 말한다.
 
"제가 만나는 이들은 주로 성경에 나오는 작은 이들이에요. 이 분들에게 지금까지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식사를 대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지난 19년 동안 낮은 이들을 섬기는 꾸준함과 진정성 때문인지 새나루공동체는 지역주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이른 아침 야채나 쌀 등을 놓고 가는 무명의 후원자들도 있고, 지역의 미화원들, 심지어는 불교에서 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며 승려까지 후원금을 전달하고 간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지역의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면 새나루공동체에 와서 함께 의논하며 협력해 일을 진행하는 사례가 빈번해 지고 있다.
 
등록교인은 40명에 불과하지만 매주 출석은 1백20명이 넘는 교회. 이 작은 교회의 섬김과 나눔으로 대전 지역의 노숙인들은 오늘도 힘든 세상을 딛고 자립할 수 있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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