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의 인생이기에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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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 교수
2013년 03월 07일(목) 09:41

슈베르트가 작곡한 '교향곡 제8번, 나단조'는 흔히 '미완성교향곡'으로 불린다. 1822년 25세 때 작곡되었지만 세상을 떠난 후 37년 뒤인 1865년에 처음 연주된 곡이었다. 당시에 교향곡은 보통 4악장으로 구성되었는데 그는 1, 2악장만 완전하게 작곡하고 3악장은 9마디까지만, 그리고 4악장은 아예 시작도 안했기 때문에 '미완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것에 대한 여러 주장이 있지만 '이 두 악장이 형식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서로 조화롭게 잘 연결되어 있으므로 어떠한 스케르초나 피날레를 붙여도 오히려 쓸 데 없는 것이 되리라는 천재의 직관에 의한 것'이라는 게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형식상으로는 미완성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결코 그렇지 않으며 청순함과 아름다움이 가득 담겨있는 낭만주의 음악의 일대 금자탑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곡은 양식적으로는 분명히 미완성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결코 미완성이 아니다. 이 두 개의 악장은 어느 것이나 내용이 충실하며 그 아름다운 선율은 사람들의 영혼을 끝없는 사랑으로 휘어잡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라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온화하고 친근한 사랑의 말로써 다정히 속삭이는 매력을 지닌 교향곡을 나는 일찍이 들은 적이 없다." 브람스의 평가이다.
 
사실 슈베르트의 인생 자체가 미완성이었다. 1797년에 태어나 1828년, 만 31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사이의 골짜기에 피어난 아름다운 꽃과 같이 실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짧은 생애 가운데 가곡만 6백여 곡 이상을 작곡하였다. 그를 아끼던 친구 타이테로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그의 음악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항상 궁핍함 속에서 살다가 독신으로 인생을 마쳤다. 수많은 곡을 작곡했지만 그것에 대해 받았던 보수는 5백70파운드가 전부였다고 한다. 그 교향곡처럼 어쩜 미완성의 인생을 살고 간 셈이다. 그의 인생은 형식적으로는 미완성이었으나 갈수록 그의 음악이 사랑 받는 것을 보면 미완성은 아닌 셈이다.
 
22년 6개월의 교수 생활을 마치고 은퇴하는 자리에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반도 이루지 못했구나 생각하니 후회와 눈물이 난다"고 하던 어느 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열심히 살았어도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 것이 인생이고, 그런 점에서 우리는 미완성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래서 잘 살아야 한다.
 
1970/80년대에 불리던 노래는 그렇게 알려주지 않던가.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가야 해 / 사랑은 미완성 부르다 멎는 노래 /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불러야 해 /…인생은 미완성 새기다 마는 조각 / 그래도 우리는 곱게 새겨야 해."
 
사실 우리는 끝(죽음)이 매순간 다가오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선을 다해도 완성은 선언할 수 없기에 열심히 사는 것만이 적게 후회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형식적으로는 미완성이지만 믿음으로 굳게 서서 주님을 위해 달리는 인생에게 주신 약속은 "너희 수고가 주안에서 하나도 헛되지 않음을 앎이니라" 말씀하시기에 내용상으로는 결코 미완성이 아니다. 완성을 선언할 수 없기에 인생이 더욱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는가.

김운용 교수 / 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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