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HUB)에서 배우는 문화목회

[ 문화목회 이야기 ] 문화목회 이야기

성석환 목사
2013년 03월 06일(수) 14:22
창조적 공간, 허브
 
2012년 여름, 필자는 연구소의 동료들과 함께 런던을 방문하여 도시선교와 창조적인 목회 현장을 돌아 볼 기회가 있었다. 올림픽의 열기가 아직 식지 않았던 탓에 도시 여기저기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와 창조적인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창조적인 발상으로 진행된 도시재생과 역사와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킨 문화적 상상력은 오늘날 유럽 전체에 드리운 경제침체에도 불구하고 런던이 여전히 최고의 문화도시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해 겨울에 필자는 먼저 혼자 중요한 몇 곳을 돌아 봤는데, 이때 가장 인상 깊었던 곳 중 하나가 허브(HUB)라는 창조적인 네트워크 비즈니스 공간이었다. 런던에 세 곳이 있는데, 겨울에 가 본 곳은 해리포터 촬영장소로 유명해진 킹스크로스 역 근처의 허브였다. 지금은 전 세계 30여개 나라로 퍼져서 사회적 기업가나 소셜벤처들을 서로 연결키시고 젊고 도전적인 청년기업가들에게 필요한 자원과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네트워킹 센터라 할 수 있다.
 
독자적인 사무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운 젊은 기업가들이 공간을 공유하며 서로의 정보를 나누고 협력한다. 허브는 이들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전문적인 컨설팅, 전문가 초청 세미나, 정부의 관련 공무원들과 만남을 주선한다. 공간 자체가 창조적이어서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튀어 나올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런던 역시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이지만 용기가 있는 이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동료들과 함께 방문한 여름에는 도심지 한 가운데, 가장 최근에 세워진 웨스트민스터 허브를 가 보았다. 미리 예약을 하고 한 시간 정도 담당자와 면담을 신청하는 일정이었는데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했다. 웨스트엔드 지역의 한 건물 한 층을 주 정부가 거의 무상으로 내어주다시피 하면서 허브를 유치했다. 몇 회사가 공동운영을 맡은 이 공간은 그야말로 창조적 발상을 위한 최적의 네트워크 센터였다.
 
당시 우리에게 허브를 소개해 준 담당자는 우리가 한국에서 온 목사들이라고 하자 대단히 신기하게 반응했던 것을 기억한다. 곧 우리가 도시공동체를 고민하는 창조적인 목회를 지향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하자 허브의 가장 중요한 정신 중 하나가 바로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기며 공동체적 발전이라고 말해주었다. 사실 그 때문에 필자도 굳이 그곳을 방문한 터였고, 또 웨스터민스터가 고비용을 들여서라도 허브를 그 지역에 유치한 이유였다.
 
그곳에서 서울에도 허브를 만들려는 이들이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난 2013년 1월에 서울 강남에 허브가 문을 열었다. 얼만 전 마침 소셜벤처포럼이라는 행사가 진행된다길래 몇 동료들과 함께 참여하여 돌아볼 수 있었다. 창조적인 발상과 도전정신으로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역과 사회가 더불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 찬 그곳에서 세 명의 목사들은 희망을 보았다.
 
성석환 목사 / 도시공동체연구소장ㆍ동숭교회 문화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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