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쳐오는 세상 파고에서 무서움을 넘어서기

[ NGO칼럼 ] NGO칼럼

박성용 대표
2013년 02월 27일(수) 15:36

기독교평화전통의 비폭력훈련가로서 필자가 요즈음에 느끼는 시대적 도전들은 매우 심각하다. 먼저 몰려 오는 위기의 파고들을 간단히 음미하자면 이렇다. 그간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얼마전의 남북 각각 나로호와 은하 3호의 이름으로 우주선 발사와 북의 핵실험으로 그렇잖아도 섬 분쟁으로 균열이 가고 있는 동북아 정세에 큰 지진을 가져오고 있다. 이는 2013년을 중심으로 북미간에 첨예한 무력 위협과 최종 결판이라는 대결 양상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구적으로는 그동안 세계 질서를 이끌었던 미국은 재정 절벽이라는 거대한 암초와 EU는 회원나라들의 국가 부도사태의 내부 상황으로 버거워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틴을 포함한 중동의 화약고는 민주화 바람과 이란의 핵무장으로 더욱 복잡한 불안정한 상태를 고조시키고 있다. 국내로 보면 선거로 나타난 분명한 진보와 보수간의 정치적 세력화의 고착, 소통 안되는 힘 숭배의 조직문화가 교육, 종교, 기업, 정치에서 재생산과 확산을 거듭하고 있다.
 
인간이 이성적 동물이라는 게 무색할 만큼 그리고 개인들이 모인 공동체와 사회가 더욱 분리, 상처, 폭력, 손실로 돌진해 나가는 이 집단적인 어리석음과 자연과 사회의 약자들의 고통들에 대한 눈멀음이라는 잔인함들을 어떻게 우리는 이해해야 하는가? 개인으로서 자신의 바램과 가치에 위반되고, 만족스럽지도 않으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는 비효용성 그리고 결과가 전혀 즐겁지도 않은 데도 우리는 왜 개인, 집단, 공동체 그리고 국가의 영역에서 똑 같은 일을 자꾸 반복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필자가 성서 본문 중 거센 바람을 만나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나타난 예수님의 이야기를 통해 새롭게 확인하는 것은 거센 풍랑에 무서워 떨지 말고 자기의 좁은 배에서 안전을 추구하지 말고 거기서 나와 물을 걸으라는 주님의 초대이다. 거대하게 몰려오는 사회, 국가 그리고 지구적 문제들의 폭풍우 속에서 어떻게 무력감으로 움츠리지 않고 바람직한 미래를 세우는 가능성을 선택할 수 있는가의 고민 앞에서 필자가 얻은 해답이자 나 스스로의 활동 원리이기도 하다. 그것은 그 폭풍우 속에서 길을 만들어 가는 주님의 자리를 분별(discernment)하는 것과 물속으로 뛰어드는 참여(engagement)를 신앙의 수행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기서 분별이란 일, 관계, 사람, 상황의 폭풍우 속에서 자신을 '나다(I am)'라고 신분을 노출한 주님을 확인하는 것이며, 이는 상대방의 말, 태도, 행위에 대해 적대적 감정을 갖고 위협과 무서움의 논리로 사는 것이 아니라, 일, 관계, 사람, 상황 속에서 의견과 사상 그리고 신념의 차이를 넘어 '길, 진리, 생명'에 기여하는 게 무엇인지 항상 그 속에서 알아차리며 그것의 진실에 응답하는 것이다.
 
그리고 참여란 세상의 폭풍우가 갖고 있는 '권세와 어둠의 주관자 그리고 하늘의 악한 영'의 통치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않고 '샬롬의 통치'라는 신의 주권성을 폭풍우 속에서 세우는 것이다. 이것이 프란체스코, 마틴루터 킹, 마더 테레사, 도로시 데이 등이 보여준 세상의 작은 자 속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찾는 신앙의 행동이었다. 우리는 이 참여를 '화해의 사역'이라고도 부른다.
 
세상의 파도가 거칠 때는 그것을 건너도록 주신 조그만 보트(교회)에서 안전을 구하며 무서움으로 떨기 보다는 그 파도 위를 걸으며 오라고 하신 주님의 음성을 듣고 우리가 움직일 때임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주님이 거기서(풍랑) 자기 존재를 드러내시고 앞서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며 또한 우리를 부르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럴 때 거친 바람은 이들이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에 놀라 멈추고 만다. 어떻게 그렇게 멈추었는지는 신비로 남지만 그렇게 된다.

박성용 대표 / 비폭력평화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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