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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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수 목사
2013년 02월 27일(수) 15:33
신세계 (박훈정, 범죄, 드라마, 청소년관람불가, 2013)
 
남녀평등 사회에서 그리고 여성 대통령이 등장한 마당에 남자들만 세계를 꿈꾼다고 말할 수 없지만, 남자는 세계를, 여자는 남자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듯이, 적어도 세계를 생각하며 꿈을 꾸는 경우는 여자보다는 남자에게서 더 많았던 때가 있고, 또 아직은 그런 경향이 더 강하다.
 
이전과는 다른 세계를 꿈꾸는 인간의 모습은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과 가장 많이 닮아 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세계를 건설하려는 욕망은 학습하지 않아도 생기는 것으로 인간에게 선천적이다. 그러나 지구촌에서 모두가 자신의 세계를 주장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은 힘을 통해 세계 건설의 주도권을 획득하려 하고, 여기에서 경쟁은 불가피하게 된다. 방법은 군사력, 종교권력, 정치력, 과학기술의 힘, 그리고 재력 등으로 나타났지만 시대의 흐름과 함께 변했다. 무게중심의 변화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것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한 사회 내에서 공존하기 때문이다. 하나가 앞서면 다른 것은 뒤서는 것일 뿐이다. 자신을 주장할 기회가 오면 언제라도 고개를 내미는 것이 세계를 꿈꾸는 자들의 욕망이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이다.
 
문제가 된다면 서로 경쟁하는 세력들이 힘을 주장하면서 일어나는 혼란이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바로 이런 혼란의 시기를 대표한다. 이럴 때 정치가들이 할 일은 힘의 균형을 잘 유지하면서도 그 힘을 사용해서 같은 목적을 위해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성공하면 태평성대가 되고, 실패하면 혼란의 도가니에 빠지게 된다. 난세에 영웅이 태어나고, 위기가 누구에게는 위협적이지만 누구에게는 기회가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신세계'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잘 짜인 연출, 상황을 잘 포착하고 심리를 제대로 포착하는 카메라 그리고 비유적인 메시지로 보건대 매우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하기에 손색이 없는 영화다. 영화는 특히 남성들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본능적인 욕망을 보여준다. 남성이 독점하는 시대는 지나갔으니, 달리 말하자면 자신의 세계를 건설하려는 사람들의 욕망이 좌충우돌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영화가 보여주려는 것들은 다음의 질문을 통해 정리해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욕망은 특히 어떤 상황에서 분출될까? 욕망과 욕망의 충돌은 어떤 모습으로 전개되는가? 싸움의 결과는? 아귀다툼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진실은 있을까?
 
영화의 내용을 살펴보자.(스포일러 있음) 
 
다양한 국적과 이질적인 계파로 구성된 거대기업 '골드문'은 비즈니스를 전면에 내세운 범죄조직이며 하나의 세계다. 이질적인 구성원에도 불구하고 불미스런 마찰 없이 회사를 운영하던 회장이 갑작스럽게 죽게 되자, 골드문 이사진은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럴 때는 언제나 자신의 꿈을 실현할 호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법, 영화의 부제가 말하고 있듯이 자신의 세계를 꿈꾸는 세 남자의 욕망은 극한으로 치닫는다.
 
조직내 경쟁자 정청(황정민 분)과 이준구(박성웅 분)는 골드문의 회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골드문 조직을 통제하기 위해 기획 수사관 강 과장(최민식 분)이 가세한다. 여기에 자성(이정재 분)은 표면적으로는 정청의 신임을 받고 있는 2인자이지만 실제로는 범죄조직의 와해를 위해 투입된 잠입 수사 요원이다. 과거 경찰대 교수였던 강 과장은 범죄조직이 세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없어지면 어떤 형태로든 다시 생기기 때문이다. 범죄조직을 없애려고 헛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오히려 경찰이 그들을 통제할 수 있는 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세계'라는 프로젝트가 탄생한다. 이것이 경찰내 모사인 그가 꿈꾸는 세계이다. 결과는? 그는 자신의 작전이 성공하는 것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다. 폭력을 행사하진 않아도 그가 꿈꾸는 '신세계'를 향한 모사 자체가 폭력으로 작용한다.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동료를 의심하여 서로 감시하도록 하고 또 동료가 죽어나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꿈꾸고 있는 세계가 건설되는 것이다. 그 세계의 기초에서 의리와 진실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성공을 위한 모사만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에 비해 정청은 비록 폭력조직의 2인자였지만 그가 꾸었던 세계의 기초는 달랐다. 의리가 있었고 자성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여주었으며 또 그와 함께 세계를 건설하고자 했다. 이런 정청의 진심을 알게 된 자성은 갈등에 빠진다. 자신을 무한 신뢰하는 정청과 자신을 이용하면서도 감시하는 그리고 언제라도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는 강 과장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고민 끝에 그가 내린 선택은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정청의 편에 서는 것이었다.
 
결국 정의를 내세우며 모사에 기초했던 신세계에 대한 경찰의 꿈은 무너지고 의리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폭력조직이면서 대기업의 세계가 건설되는 아이러니한 결론을 보게 된다. 인간 욕망의 한계와 좌절의 모습이다. 우리는 비록 영화라 하더라도 신세계는 인간의 힘이나 모사가 아닌 하나님의 뜻에 따라 건설되어야 할 필연성을 확인해보게 된다. 하나님이 당신의 뜻을 실현하실 때 그 세계는 가장 아름다울 것이기 때문이다.
 
최성수 목사 / 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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