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의 기도제목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 칼럼

이상붕 목사
2013년 02월 27일(수) 11:27

어르신들의 세계에서는 '구구팔팔 이삼사'라는 말이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다가 죽는 것이란다. 그리고 가장 무서워하는 말은 '누워서 10년'이라는 말이다. 고령화 사회 화두들이 많다. 신앙이 있는 어르신들도 좋은 기도제목을 가지고 기도해야 한다.
 
1995년 교회에 부임해서 현재까지 2백80여 명을 장례하여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다. 1천여 명 등록교인 중에서 28%가 천국에 가셨다. 대체로 한센병력을 가지신 어르신을 섬기는 목회이다 보니 장례식에 이골이 났다지만 늘 아프고 슬프고 괴롭다.
 
첫 심방을 준비하면서 어르신들의 기도 제목들을 받아들고 충격을 받았다. 한결같은 기도제목은 "잠결에 죽게 해 주십시오"라는 내용이었다.
 
점차 그 기도 제목을 이해하게 되었는데, 우리 어르신들이 주로 1910~1940년 출생하신 분들로 일제와 6ㆍ25, 1950~60년대 보릿고개의 배고픔, 거기에다 한센인으로 질병과의 혹독한 싸움, 외로움 등 너무 많은 고난을 안고 살아오셨기에 그렇다. 그리고, 특히 한센병 발병으로 살을 애는 아픔을 겪고, 치료하여 완치되기까지 그 받은 고통은 이루말할 수 없는 것임을 알게됐다.
 
한센병은 완치 받고 난 다음에도 그야말로 입에 풀칠을 해야하는 정도의 가난과 싸워야 했고, 한센인이라는 낙인으로 인해 사회적 냉대와 소외, 멸시의 눈초리가 너무 따가웠다.
 
그래서 매일 새벽기도회에 나오셔서 '하나님 아버지, 잠결에 아프지 않고 그대로 순식간에 불러가 주시옵소서' 그런 기도를 매일 드린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그 기도에도 응답해 주신다. 아침에 일어나면 양로원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단다. 같은 일이 몇 번 거듭되고 난 다음에 깨달았다. 기도제목을 바꾸어야겠다고.
 
필자는 새 기도제목을 드렸다. "주님 앞에 서는 날까지 쇠하여지거나 흐려지지 않고 성전에 기도등불이 되게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하시게 했다. "모세가 죽을 때 나이 백이십세였으나 그의 눈이 흐리지 아니하였고 기력이 쇠하지 아니하였더라"(신34:7)면서 모세의 예를 들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천국가실 때 목사와 장로님들 가족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가야 되며, 야반도주도 아니고 밤새 몰래 인사도 없이 천국으로 도망가시듯 가시면 안 된다고.
 
어르신들은 순수하게 목사가 가르치는 대로 기도하신다. 여러 어르신들 임종을 보면서 조금은 느껴지고 알아지는 것이 있다. 이제 얼마쯤 지나면 임종의 시간이 온다는 것을. 그래서 가까운 사람을 모으고 예배드리면서 어르신의 마지막 말씀을 하시게 했다.
 
첫째는 가까운 친지들 가운데서 예수님을 믿지 않는 분들이 있으면 반드시 유언으로 전도하게 했다. 둘째는 목사와 장로님들 성도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게했다. 대체로는 "목사님,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하셨다. 더러는 가족이 없으신 어르신들은 목사의 무릎을 베고 기도 중에 하늘나라로 떠나시는 어른들도 있었다. 70여 분은 그렇게 떠나신 거 같다.
 
고령화 사회로 인해 노년층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해졌다. 교회는 노인 복지 프로그램 등 전문화된 노인 선교사역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상붕 목사 / 창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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