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바울' 이야기 1

[ 공연본색 ]

최무열 대표
2013년 02월 22일(금) 10:46

   
▲ 지난 2011년 대학로 스타시티에서 공연된 뮤지컬 바울.
올 4월 중순에 대학로 무대에 올라가는 뮤지컬 바울에 대한 오디션이 어제 진행됐다. 이제 본격적인 뮤지컬 '바울'의 일정이 시작된 것이다. 약 두 달 정도 연습이 진행되고 두 달 정도 대학로에서 공연되어질 것이다. 나는 공연 준비에서 공연까지의 과정을 글로 쓰려고 한다. 그래서 공연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작품 하나 탄생하는 것이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물론 공연에 관계하지 않은 비전문가가 봐도 어렵지 않게 쓸 것이다. 이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에 이미 영락교회에서 공연되어졌던 작품이라는 것을 밝힌다.
 
1999년 5월의 어느 날 작가 유혜정이 내가 하고 있었던 공연장에 찾아왔다. 자신은 영락교회 교인이고, 영락교회에서 새로운 창작뮤지컬 공연을 하는데 내가 영락교회 교인이니까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찾아온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나는 이 제안을 어떻게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그 기간에 스케줄이 없으면 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솔직히 그 의미는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았다. 그 당시 나는 신시뮤지컬컴퍼니와 극단 학전 등 두 뮤지컬 단체에서 배우와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스케줄이 비는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그 시기에 하기로 했던 작품이 취소되면서 나는 꼼짝없이 뮤지컬 '바울'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하나님은 이때부터 나에게 문화선교에 대한 훈련을 시작하신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교회뮤지컬에 대한 심한 거부감이 있었다. 보기에는 쉽지만 사실 하나의 뮤지컬을 만드는데 드는 수고가 엄청나다. 특별히 모든 것을 새로 만들어야하는 창작뮤지컬은 더하다. 일단 전문작가와 작곡가가 필요하고, 그밖에도 모든 것을 연합해서 잘 이끌어가야 하는 연출과 음악감독, 안무가가 필요하다. 또 무대는 배우 예술이라서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도 경력이 없는 아마추어가 하게 되면 그 공연의 힘은 약해진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 교회에서의 공연은 예산이 적거나, 없는 경우들이 많아 더더욱 초라하게 보이게 된다. 왜냐하면 교인들도 일반 대중공연을 많이 보는데 그 공연들은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가서 화려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영락교회는 장로교회의 상징적인 대형교회이다 보니 행사를 크게 치러왔고, 그것이 많은 다른 교회의 본이 되어 왔기에 뮤지컬 또한 교회에서 잘 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압박감이 있었다.
 
그런데 위에서 열거한 모든 악조건이 뮤지컬 바울을 만드는 곳에 정확히 있었다. 뮤지컬 공연에 대한 경험(노하우)을 가지고 있던 스태프들은 전혀 없었고, 공연에 대한 교회의 기대는 컸으며, 책정되어진 예산은 없었다. 그리고 모든 배우들 또한 모두 아마추어였다. 하지만 사람이 할 수 없을 때 하나님은 움직이신다. 나는 이 모든 악조건 가운데 하나님이 움직이질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말이다. 그렇게 뮤지컬 '바울'은 시작되었다.

최무열 대표ㆍMJ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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