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과 거짓말

[ 데스크창 ] 데스크창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3년 02월 19일(화) 17:01
최근 한 대형교회 담임목사의 박사학위 논문에 대한 표절시비가 핫 이슈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사건을 보면서 어쩌면 표절 시비의 중심에 있는 이들도 일종의 피해자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다고 결코 그들을 두둔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의 주범은 본질적으로 학벌중심의 한국사회가 아닐까요? 한국사회, 특히 한국교회가 목사에 대한 평가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선 이러한 시시비비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제도 뿐 아니라 실력과 학력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나 글, 노래 등을 지을 때에 타인의 작품 일부를 '몰래' 따다 쓰는 행위를 표절이라 합니다. 일종의 거짓 행위, 허위인 셈이죠. 그러고 보면 우리는 정말 많은 거짓말과 허위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론도 거짓말을 합니다. 방송 프로그램, 특히 시사 다큐멘타리는 수많은 팩트(fact) 중에 프로듀서가 필요한 것을 취사선택하여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이 오류를 범할 때 비록 팩트의 나열이긴 하지만 진실과는 거리가 먼 거짓말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정치인들도 선거 전 공약에 대해 당선 후엔 축소하거나 아예 무시해버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만큼 거짓말을 잘 합니다. 기능성 화장품을 1주일, 한 달만 쓰면 '피부가 백옥처럼 하얗게 변한다'거나, 시리얼(cereal)을 한 달만 먹으면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뽐낼만큼 날씬해진다'는 등의 TV 광고들 속엔 모두 거짓말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사회 통념이 깔려있는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Diogenes). 지저분하고 남루한 용모에 세상의 질서와 관습을 조롱하면서 냉소적 삶을 살았던, 철학자라기 보다 기인에 가까운 삶을 살았던 사람입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디오게네스를 만났을 때, 디오게네스는 햇볕을 쬐고 있었습니다. "대왕께서는 지금 무엇을 가장 원하십니까?" "그리스를 정복하길 원하네." "그리스를 정복하고 난 후엔 또 무엇을 바라십니까?" "그 다음엔 온 세상을 정복하길 바라겠지." "그 다음은 …?" "그러고 나면 좀 쉬면서 즐겨야 하지 않겠나?" "거 참, 이상하군요. 왜 지금 당장 좀 쉬면서 즐기시지 않습니까?"
 
대왕은 디오게네스에게 '한 방' 먹었음을 시인하고 큰 인심을 쓰듯 묻습니다. "나는 그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는데 내가 지금 무엇을 해줄꼬?" "아! 그렇다면 제발 그 몸을 비켜서 대왕의 그림자를 치워주시겠습니까? 저와 태양의 사이를 가리고 있는 대왕의 그림자 말입니다."
 
그는 가끔 대낮에 램프를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기행을 보였다고 합니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 정직한 사람을 찾아다니는 중이라오. 대 낮인데도 도무지 잘 보이지 않기에 이렇게 램프라도 들고 다니면 보일까 싶어서요."
 
"내가 왜 거짓말을 해야 하단 말인가? 돈을 벌기 위해? 남들로부터 칭송을 받기 위해? 영광을 위해? 나는 그 따위 허위는 필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말 뿐 아니라 삶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실천했던 디오게네스가 몹시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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