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자랑하는 사회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 칼럼

강정식 목사
2013년 02월 19일(화) 16:03

언제부터인가 길을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를 그렇게 바쁘게들 가는지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나란히 가던 사람들은 벌써 저만치 앞서 사라진다. TV를 보고 신문을 봐도 모두들 '빠르게 더 빠르게'를 외친다. '빠름! 빠름! 빠름!'을 노래하는 광고가 생각난다. 분주하게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에서 우뚝 멈추어 서 본다. 그저 서 있을 뿐인데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다. 그러나 어느 누구 하나 걸음을 늦추는 사람이 없다.
 
현대사회에서 속도란 경쟁력이다. 경쟁이 나쁜 것은 아니다. 건강한 경쟁은 우리를 더욱 더 발전하게 만든다. 그러나 속도에 너무 열을 올리다가 우리가 쉽게 잊어버리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 어디인가 하는 것이다. 진정한 경쟁력은 사실 올바른 방향을 잡는데 있다. 골인지점이 바로 눈앞에 보일 때에는 누구보다 빨리 골인지점까지만 가면 되지만, 인생은 아주 길고 언제 어느 때에 갑작스레 끝날지도 모르는 경주다. 인간의 힘으로는 올바른 방향을 찾기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그 안에서 우리는 수많은 갈림길을 마주하며 살아야 한다. 인생이라는 길고 복잡한 경주에서 방향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우리들은 각자의 지도를 들기도 하고 상대선수를 따라가기도 하며 이 길을 지나갔던 다른 선수들의 흔적을 더듬기도 한다. 삶의 목표와 방향을 세우는 것은 과거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고민해야 할 인간의 문제일 것이다.
 
실제로 장거리 경주를 하는 마라톤선수들 앞에는 그들을 골인지점으로 인도하는 차량과 페이스메이커가 항상 앞서고 있다. 그들은 선수들이 속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경주코스를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한 선수가 그런 안내자들까지 제치고 혼자 달려간다면 십중팔구 1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엉뚱한 곳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속도를 자랑하는 사회에서 우리에게 목표를 향해 안내 해 줄 올바른 인도자가 없다면 어느 순간 우리는 방향을 잃어버리고 허망함과 절망에 빠져 주저앉고 말 것이다. 무엇을 위해 달려왔는지 잊어버린 채로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온 스스로를 돌아보면 혼자뿐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자랑해야 할 것은 속도보다 올바른 인도자인 것 같다. 무조건 빠른 것만 최선인 것이 결코 아니다. 목표를 끝까지 바로보지 못 한다면 아무리 빠른 속도도 무의미하다. 우리의 시선과 계획은 언제나 목표를 향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로 우리를 인도해주는 우리의 인도자를 향해 있어야 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결코 앞질러서는 안 되는 존재는 예수님이시고, 인생의 길잡이는 성경말씀이다. '주님의 인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이야말로 승리의 영광을 누릴 최상의 방법이다. 세상의 엉뚱한 지표들에 눈을 빼앗기면 최고의 속도와 최선의 노력도 그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주님 안에서 경쟁할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놓칠 뻔 했던 많은 것들까지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

강정식 목사 / 새성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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