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몽마르트 사끄레 꾀르

[ 여행스케치 ] 여행스케치

김정기 목사
2013년 02월 19일(화) 15:56

   
화가들에게 '파리'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은 몽마르트일 것이다. 이곳에 가면 유명한 화가의 거리가 있다. 고흐나 로트렉 그리고 술취해 비틀거리던 위뜨릴로 같은 화가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흥분 때문에 작가들의 발걸음과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곳을 향한다. 몽마르트의 광장에 가면 누가 관광객인지 화가인지 구별이 잘 안될만큼 화구를 앞에놓은 화가들이 즐비하다. 여기에 그림을 팔려는 호객행위까지 곁들여져 진짜 좋은 그림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부산한 현장에서 눈을 들어보면 하얀 백악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 유명한 사끄레 꾀르 사원(La Basillque De Sacre Coer)이다. 이 사원은 프랑스와 프로이센 전쟁에서 프랑스가 패하고 국민이 침체의 국면에 빠져있을 때, 전몰자들을 위한 모금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1876년에 기공하여 1910년 완성된 이 건물은 1차대전 때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곳에는 잔다르크의 동상과 비잔틴 양식의 돔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몽마르트 언덕을 내려오다 보면 물랑루즈로 인해 유명한 거리가 나온다. 캬바레의 고급 창녀 사틴과 영국 시인 크리스티앙 사이에 있었던 사랑이야기로 뮤지컬이나 영화로 인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 물랑루즈가 있는 거리는 세계적인 환락 도시가 되었다.
 
이런 소란스러움 가운데 하얀 성스러운 성당이 함께 어우러져 묘한 대비를 이루는 것도 이곳이 갖는 매력이다. 1985년 필자가 혼자 여행 중이던 때, 뒤를 따라오던 어느 신사가 카메라를 조심하라고 옆구리를 쿡 찔러주는 순간, 길 건너에서는 벌써 소매치기 당한 사람의 망연자실한 모습도 보였다. 예술인들의 자유 혼이 느껴지는 화가의 거리. 인간이 가진 본능이 벌거벗긴 채 놓여진 환락의 거리 속에 우뚝 선 그리스도의 첨탑을 보며 무엇을 느껴야 할지 무엇을 보아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

김정기 목사 / 조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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