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선택권을 1백% 보장하는 덴마크 교육

[ 교단일기 ]

김천갑
2013년 02월 19일(화) 15:29
덴마크 올러럽 지역에 올러럽자유학교(Den Ollerup Frieskole)가 있는데, 이 자유학교는 유치원생부터 9학년까지의 학생들이 있다. 이 학교가 처음 설립되게 된 동기가 있었다.(동기는 이렇다.) 옛날에 그 지역의 한 농부가 아이들이 놀지 못하게 하고, 책만 읽히고, 주지주의적 교육을 강조하는 공립학교에 자녀를 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이들이 학업에 대해 지나치게 강요받지 않고, 놀면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 사회성도 길러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공립학교는 그렇지 못했다. 책만 가지고 하는 학업만 강요하고 아이들에게 여유를 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주변 사람들의 자녀 7명을 모아서 자유학교를 설립하게 되었다. 이를 발단으로 자유학교 운동이 시작되었다. 당시 자유학교는 관리자나 장학사와 같은 전문가가 아닌 '부모처럼 가르쳐 줄 수 있는 지식과 식견이 있는 교사들'이 필요했다.
 
이것이 바로 덴마크 자유학교 운동의 동기였다. 대한민국에서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한 학부모들이 홈스쿨링을 도입하고, 대안학교를 설립하여 자녀들을 직접 교육시키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과 유사했다.
 
한국에서 이와 같이 설립된 대안학교들을 제도권 내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대안학교법이 개정되었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서 교육감이 기존 대안학교를 인가해주기를 꺼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나름대로 대안교육을 정착시키고 안정적으로 교육기반을 마련한 대안학교들은 교육청의 간섭을 받아 자신의 교육철학과 교육방법이 훼손되는 것을 염려해서 오히려 인가 받기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한국에서는 특성화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 대안학교나 일반학교 설립요건을 갖춰도 설립 인가를 받기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덴마크에서는 12명의 학생과 법정 설립요건만 갖추면 모두 자유학교 설립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덴마크 전체 학생의 18%(자유학교 재학생 10만2천4백98명, 공립학교 재학생 56만6천6백60명) 학생이 다니고 있는 자유학교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덴마크 자유학교는 정부로부터 공립학교에 지원되는 금액의 72% 정도를 지원받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28%는 자유학교에 재학하는 학생들의 학부모가 지원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안학교에 해당하는 덴마크 자유학교는 덴마크 교육의 18%를 담당하고, 법적으로 그 존재를 인정받고 또 재정적으로 72%를 지원받음으로써 교육의 다양성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덴마크자유학교협회(The Danish Association of Free Schools)의 회원학교의 경우 10점 만점인 졸업시험에서 공립학교 평균 6.6보다 높은 평균 7.4라는 성취도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안학교에 해당하는 덴마크 자유학교가 정식적인 대안교육을 하는 교육기관으로 정착하고, 교육의 다양성을 꽃 피울 수 있었던 것은 덴마크 헌법에 "덴마크의 모든 어린이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자녀교육을 위해) 공립학교나 자유학교,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것은 부모에게 달려 있다"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부모가 자녀 교육을 위해서 세 가지 형태의 교육 방식, 즉 공립학교, 자유학교, 홈스쿨링 중 하나를 선택해서 교육을 시킬 수 있다고 헌법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덴마크 자유학교 교육이 꽃 피울 수 있었다. 덴마크에서는 부모가 자신의 입장에서 타당하지 않고 원하지 않는 교육을 자녀에게 시키지 않을 권리를 헌법에 의해 보장 받고 있다.
 
김천갑 / 용북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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