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잊혀지지 않는 사진 한장의 의미

[ 교계 ]

박성흠 기자 jobin@pckworld.com
2013년 02월 18일(월) 15:16
   

40년 전 독일 수상 빌리 브란트가 했던 것처럼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세계 근현대사가 인식하는 두 전범 국가인 독일과 일본의 전쟁 피해국에 대한 입장이 상반된 만큼 일본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다시 한 번 요구하는 것이다.
 
94년 전인 기미년 3월1일 일제 식민지배에 신음하던 우리 민족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세계 만방에 자주독립의 의지를 드러냈다. 우리는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해방 직후인 1949년부터 삼일절을 4대 국경일 중 하나로 기념하고 있다.
 
동독과 서독이 대립하던 냉전시대에 서독의 수상이 된 빌리 브란트(Willy Brandt)는 1970년 12월 7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를 찾아 2차 세계대전 당시 희생된 유태인위령탑 앞에 섰다. 헌화를 하던 빌리 브란트는 수많은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가운 겨울의 콘크리트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브란트는 "인간이 말로써 표현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을 했을 뿐"이라는 말로써 무릎을 꿇은 자신의 행동을 설명했고, 독일의 사죄에 반신반의 했던 유럽의 전쟁 피해국들은 독일의 진정한 사과를 받아들였다.
 
나찌 독일로부터 피해를 입은 나라들은 "잊지는 않겠지만 용서는 하겠다", "무릎을 꿇은 것은 한 사람이었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였다"는 논평으로 '빌리 브란트의 무릎'을 수용했다.
 
이 사건은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으로 불리며 독일 통일의 초석이 되었고, 독일은 이후 피해국들에 대한 배상과 보상을 지속적으로 시행했다. 현 독일 수상 앙겔라 메르켈이 최근 "아직도 보상을 받지 못한 유대인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보상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되는 부분이다. 독일이 지금까지 유럽의 피해국들에게 지급한 배상금이 1백조원에 이른다는 사실은 일본정부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과는 반대로 일본은 말 뿐인 사죄에다 전범들을 신격화하고 노골적인 군비증강과 교과서 왜곡으로 2차 세계대전 피해 당사국들을 여전히 분노하게 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일본 시마네현이 주관한 다케시마의날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에 앞서 20일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대표:윤미향)가 매주 수요일에 진행해온 1천63회 수요기도회가 진행됐다. 변한 것은 하나도 없으며, 일본에 의미있는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부끄럽고 밝히기 싫은 침략의 역사를 외면하고 묻어두거나 미화시켜서는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없다. 일본정부는 '빌리 브란트의 무릎' 이후에도 독일정부가 꾸준히 역사를 조명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유지해 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빌리 브란트가 44년 전 피해자 앞에 무릎을 꿇은 사진 한 장이 오늘까지 잊혀지지 않는 것은 국가 차원의 책임있는 태도들이 뒤따랐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일본정부는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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