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던 시대, 종교에서 영성으로 3

[ 문화목회 이야기 ] 문화목회

성석환 목사
2013년 01월 31일(목) 14:36
문화목회, 새로운 영성에 대한 응답
 
필자는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교회가 가장 주목해야 할 사역이 바로 지역선교라고 본다. 문화의 시대에 사람들은 소속감을 원하되 스스로 참여하기 원하며 자신들의 의사를 반영한 삶을 통해 예술적이고 미학적인 경험을 할 수 있기를 원한다. 그러자면 일상적인 삶이 문화적 작업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자신이 타인과 공존하는 지역, 동네, 도시에서 실현되어야 가장 효과가 높다.
 
21세기 문화의 시대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적 삶을 영위하기 때문에 도시적 환경과 조건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대부분 지역의 정체성과 별다른 연관성 없이 존재하는데, 상호소통이 중요하고 새로운 영성을 갈망하는 도시의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도시에 위치한 지역의 문화적 특성과 지역민들의 필요에 민감해야 한다. 지역문화가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 잘 살피게 되면 문화적 접근을 하기가 훨씬 쉬어진다.
 
문화선교 혹은 문화목회라는 단어가 요즘 많이 회자된다. 그런데 많은 목회자들이 이를 프로그램의 하나로 이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문화목회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회가 추구해야 할 21세기의 새로운 존재양식을 성찰하는 하나의 신학적 작업에서 유래한 것으로 목회구조의 문화적 재구조화를 지향한다. 새로운 영성에 대한 요구에 응답하며 참여와 개방의 유연성을 내면화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세기의 대형 교회, 성장추구형 교회 모델을 지역 교회형 모델로 전환하는 것이 이 시대의 새로운 요구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역교회형 모델이란 단지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라는 뜻만이 아니라 지역의 한 구성원으로서 지역의 긍정적 발전과 공동체적 문화형성을 위해 기여하는 교회를 말한다. 앞서 언급한 21세기의 문화적 변화들이 이러한 필요를 제기하기 때문이다.
 
지역교회로의 전환을 문화적 방식으로 다시 표현하면 지역사회의 공적 영역에 교회와 지도자가 어떻게 참여하여 지역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조화시켜 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연예인들을 초청하고 선물을 나눠 주면서 지역민들을 교회로 나오라고 말하는 일방적인 의사소통보다는 지역의 공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 참여하여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더 필요한 시대이다.
 
예컨대 교회공간을 지역의 만남의 장소로 개방하거나 카페를 만들어 서비스를 하는 교회도 늘어나고 있다. 또 교회도서관을 만들어 지역사회에 개방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교회도 많아지고 있다. 시민단체들과 협력하여 지역의 현안에 대해 공동으로 대처하면서 주민의 자치에 큰 기여를 하는 교회들도 있다. 이런 일들은 모두 문화의 시대에 대응하는 새로운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주장하듯이, 문화의 시대인 21세기가 기존 질서와 양식을 유지하려는 이들에게는 위기로 다가오겠으나 개방, 참여, 공유의 문화적 양식을 수용하면서도 그 공동체의 고유한 영성을 표현할 수 있는 양식을 개발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교회가 문화의 시대에 더욱 폭넓은 유연성을 발휘하면서도 분명한 도덕적 지도력을 드러내는 문화적 양식을 지역의 공공 영역에서 확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성석환 목사 / 도시공동체연구소장ㆍ동숭교회 문화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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