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 된 장애인교회 이야기

[ 교단 ] 온양농아인교회

박성흠 기자 jobin@pckworld.com
2013년 01월 28일(월) 14:35
온양농아인교회 자립선언 "농아인 성경공부 교재 절실"
 
   
대부분의 크리스찬들이 눈을 감고 기도를 하는 것은 잡념에서 벗어나 하나님과의 대화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눈을 떠야만 기도가 가능한 사람들도 있다. 청각장애와 언어장애를 동시에 가진 농아인 그리고 그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건청인들이다.
 
온양농아인교회(전경수목사 시무)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건청인 담임목사도 농아인 성도들도 모두 눈을 뜨고 기도하고 입을 벌려 찬양하지만 건청인이 듣기에 아름다운 찬송이 울리지는 않는다. 모든 농아인교회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농아인교회는 장애인교회가 그렇듯이 경제적 자립이 어렵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온양농아인교회는 본교단 산하 45개 국내 농아인교회 중에서도 농아인 성도들과 건청인 담임목사가 공동체를 이룬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는 교회다. 1978년 채은하목사(한일장신대 교수)가 전도사 시절 설립한 이 교회는 한상희 김형진 목사를 이어 35년간 꾸준하게 성장하고 성숙해 현재 담임 전경수목사가 부임한 이후 안정화 단계에 이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 목사는 신학교 수화동아리에서 활동하던 전도사 시절 봉사활동으로 이 교회와 인연을 맺은 후 5년 전 담임목사로 부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난 1월 17일 이 교회를 찾아 전경수목사와 금요일 오후 예배당에 있던 교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농아인교회인만큼 조용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교회는 시끌벅적했다. 온양농아인교회는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 그리고 청소년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학생들과 봉사자들의 재잘거림이 구화(口話)와 수화(手話)로 뒤섞여 예배당을 넘어 동네에 퍼지고 있었다.

   
 
담임 전경수목사는 얼마전 온양농아인교회의 자립을 선언했다. 총회 규정상 연간 예산이 2천5백만 원을 넘으면 자립을 선언하는 원칙에 따른 것인데 매년 예산을 초과하는 결산을 본 결과다. 어려운 경제사정 때문에 거의 모든 교회가 연초에 책정한 예산을 채우지 못했던 2012년 지난해에도 온양농아인교회는 예산을 초과하는 결산을 했다. 교인도 증가했고 헌금을 하는 성도도 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 목사의 분석이다.
 
하지만 자립을 선언하기까지는 고민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이 교회가 자립을 선언하게 되면 매월 들어오던 60~80만 원의 후원금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매월 부담해야 하는 예배당 건축 부채 상환금은 농아인교회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벅찬 금액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전 목사가 부임할 당시 3억 원에 이르던 건축부채는 현재 1억2천만 원으로 줄어들었지만 이제 겨우 미자립 상태에서 벗어난 교회가 1억 원이 넘는 부채를 감당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우리 교회는 다른 장애인 교회에 비해 형편이 좋은 겁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서도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의 필요를 채우셨고 우리는 그것을 믿고 우리의 해야 할 도리를 다할 것입니다". 전 목사의 고백이다.
 
설립자인 채은하목사가 전도사로 담임하던 시절 농아인교회는 현충사 인근에 작은 규모의 토지를 기부받은 일이 있었다. 전 목사는 최근 그 땅이 도로에 편입되면서 보상을 받아 교육관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건축부채를 먼저 갚는 것이 순서에 맞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교회가 하루 아침에 부자가 되어 현금을 쌓아 두는 일은 하나님 보시기에 옳은 일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부채를 상환하는 긴장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담임목사나 성도들에게도 건강한 신앙생활이 될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온양농아인교회는 새로 매입한 교육관을 지역청소년센터로 활용할 방침이다.
 
   
전 목사는 온양농아인교회에 대한 이야기 보다 농아인교회의 일반적인 상황에 대한 설명에 비중을 두고 이야기를 했다. 농아인들에게 건청인들의 언어는 외국어다. 듣지는 못해도 볼 수 있으니 책은 읽을 수 있을 것 아니냐는 비장애인 기자의 생각은 빗나갔다. 듣고 보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인 건청인의 세계는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농아인에게 외국어와 같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 농아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는 건청인 아동들(코다 CODA;Child of Deaf Audult)은 부모와도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수화를 하는 자녀는 구화에 어려움을 겪고 구화를 하게 되면 수화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
 
어려운 글씨들로 빽빽한 성경은 일반 건청인들에게도 어렵고 때로 졸리운 책으로 분류되는 현실에서 농아인들에게서야 두 말 할 나위가 없다는 얘기다. 전 목사는 장년 성도들에게 초등학교 4학년 수준으로 성경을 말하고 교육을 한다. 그래도 농아인들은 어렵다며 고개를 흔든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전 목사는 농아인을 위한 성경공부 교재가 개발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교회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농아인을 위한 교육교재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교회가 조금 더 안정되면 그가 직접 농아인용 성경공부 교재를 만들어 보겠다는 결심도 세웠다.
 
"우리 교인들도 이제는 남들을 위해 베풀줄 압니다. 교회 내 남녀 선교회가 다른 교회를 위해 선교비를 책정하고 보냅니다. 받을 줄만 알던 사람들이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총회가 다른 여러가지 일들로 해야 할 일이 많고 힘들겠지만, 농아인이라는 작은이들을 위한 성경공부 교재 개발에 신경을 써주기를 기대합니다". 전 목사는 총회에 대한 기대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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