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J컴퍼니 청소년부의 탄생

[ 공연본색 ] MJ컴퍼니 청소년부 탄생

최무열대표 webmaster@pckworld.com
2013년 01월 24일(목) 15:59
[최무열대표의 공연본색]

   

오늘은 지난 10여 년간 친형제처럼 지내온 사랑하는 연출가 성천모의 이야기를 '내 관점에서의 성천모'로 써보려고 한다.

2011년, 나와 잘 아는 교육청의 장학사로부터 구로중학교에 와서 아이들을 가르쳐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속칭 말하는 일진이라는 아이들을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결정하기에 앞서 자초지종을 물어봤더니, 아이들이 중심을 못잡고 하도 사고를 많이 쳐서 교장선생님이 "너희들이 도대체 하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은 묵묵부답이거나 '하고 싶은 게 없다'가 다였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어느 학생이 "춤추고, 노래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단다. 그래서 교장선생님께서 뮤지컬선생님을 찾아달라고 교육청에 의뢰하셨고, 나에게까지 연락이 온 것이다.

'난 할 일이 진짜 많은데, 왜 지금 나에게 이런 요청이 왔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현재의 나의 상황에서는 거절하는 것이 당연했으나 이상하게도 이들을 맡아 지도하자는 쪽으로 마음이 움직였다. 나에게는 두가지 마음의 빚이 있다. 하나는 나의 자식에 대한 미안한 빚이고, 또 하나는 연극을 다시 하게 해주신 하나님에 대한 빚이다. 이 두 가지 부채의식으로 이들을 가르치기로 결정지었다.

아이들과의 첫 만남…,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는 아이들, 수업시간 중 자연스레 휴대전화를 받는 아이들, 그 통화 내용 중 아무 거리낌 없이 "뮤지컬인가 뭔가를 가르치는 어떤 아저씨가 왔는데, ×나 재미없어"라고 하는 아이들. 짧은 글로 2년의 과정을 다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이들과 같이 지내면서 때때로 나는 이들에게 많이 실망했다. 또, 어쩌면 그들도 나에게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고맙게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아이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었다. 속마음을 내보이는 것을 마치 '감추고 싶은 것을 들키는 것' 이라고 생각했는지 감정이 무딘 사람처럼 행동하던 아이들이 조금씩 바뀌고 있음을 느꼈다. 나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알았는지 이 곳 저 곳에서 우리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다. 방송국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영화화 작업, 신문 기사 등 이런 관심들이 이상하게 좋지만은 않았다.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는 의도를 살펴보는 중, 학생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마치 이 아이들이 교화가 되어야만 한다, 또는 이들의 교화 과정이 주가 될까봐 여러 번 거절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의 소재를 가지고 만들어진 '천국의 아이들'이란 영화에 실제로 우리 아이들 두 명이 출연을 했던 즐거운 일도 있었다.

마지막은 공연으로 끝이 났다. 공연은 하나의 결과물이었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의 과정을 즐겼다. 최소한 나는 그랬다. 이들과의 공연은 처음부터 접근 자체가 달랐다. 잘하고 못하고의 잣대로 평가되어지는 것이 아닌, 이들 스스로 자랑스러워하고, 존재감을 확인하는 시간과 공간이었다. 생활지도부장이 2년간 이들로부터 비롯된 폭력 사건이 하나도 없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나의 빚이 조금은 탕감되어지는 희열도 있었다.

구로중학교에서의 2년을 마치고 뮤지컬 '화랑'을 제작한 (최)무열 형에게 하나의 제안을 했다. 어떤 결과물이나 성공을 기대하지 않는 가운데 묵묵히 이들과 같이 걸어갈 사람을 찾고, 시스템을 만들고, 관심을 가져주는 청소년 극단이 꼭 필요하다고. 누군가가 나를 계속 만나주려 하고, 서로가 계속 어루만져 준다면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또 하나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최무열대표 / MJ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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